소비자들 ‘나누지 않는 기업’ 거부해야

‘모두를 위한 경제’ 연구, 낭트대학 그레뱅 교수 방한 강연

지난 23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포용적 성장과 모두를 위한 경제-현시대 기업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연 아누 그레뱅 교수.

“앞으로의 기업은 ‘모두를 위한 기업’이 돼야 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경제성장은 ‘모두를 위한 성장’이 돼야 합니다.”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EoC)’를 연구하고 있는 아누 그레뱅 프랑스 낭트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23일 대전을 방문해 오늘날 기업의 역할과 경제성장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레뱅 교수는 이날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기초과학연구원에서 ‘포용적 성장과 모두를 위한 경제-현시대 기업의 역할’이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열었다.

‘모두를 위한 경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윤을 창출한 기업이 그 이윤을 기업에 재투자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고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의 경제활동을 말한다. 나눔을 통해 ‘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세계EoC위원회’ 본부가 있다. 그레뱅 교수는 세계EoC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유럽·아시아·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의 이념을 실천해가는 기업을 찾아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업은 기업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노동자)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어려운 이웃의 행복을 생각하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함께 추구해야 합니다.”

그레뱅 교수는 “ ‘모두를 위한 경제’에서의 ‘모두’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기업 내부에 있는 노동자는 물론 고객과 이웃 등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것”이라면서 “기업은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활동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성장의 가치와 관련해 “성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성장을 이루어가면서도 나눔과 관계 등 핵심 가치를 잊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레뱅 교수는 지역사회 빈곤 여성 700여명을 고용해 업계 1위 업체로 성장한 파라과이의 한 청소업체를 ‘모두를 위한 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 업계 선두주자가 됐다. 또 청소업계에 만연한 각종 불법행위 등을 척결하면서 지역사회의 주요 문제인 실업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레뱅 교수는 서울 등 대도시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대전이라는 지역사회를 지켜가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빵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동네빵집 ‘성심당’을 한국의 사례로 들었다.

그레뱅 교수는 “ ‘나눔’과 ‘관계’라는 ‘자원’은 사용할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몇배로 늘어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업은 이익 그 이상의 큰 가치를 목표로 삼아야만 한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소비활동을 할 때 ‘나누지 않는 성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누지 않는 성장’은 거부하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누지 않는 기업을 거부하는 ‘소비자 의식’이 또한 ‘모두를 위한 경제’를 키워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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