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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과 류승룡의 무난한 부활

입력 : 
2019-01-23 09: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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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잘 나왔다’ ‘이병헌 감독의 부활’이라는 소문에 휩싸인 영화 ‘극한직업’이 소위 ‘터졌다’는 평이다.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에 배우 류승룡의 힘 뺀 생활 연기가 맞물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 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맛집으로 뜨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은유, 느슨한 말맛 유머 등 감독의 전매특허는 이번에도 재현되어, 잠복을 위해 ‘닭집’을 위장 창업한 마약반 형사라는 반전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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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바닥, 급기야 해체 위기를 맞는 마약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팀의 맏형 고반장(류승룡)은 국제 범죄 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까지 팀원 넷과 잠복 수사에 나선다. 마약반은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 조직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해 위장 창업을 하지만, 절대미각을 지닌 마형사의 숨은 재능으로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며 형사들의 몸 고생, 마음 고생이 시작된다. ‘극한직업’은 300만 관객을 동원한 ‘스물’의 이병헌 감독 작품으로,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류승룡의 재기가 예상된다는 평도 나온다. 범인을 잡기 위해 뛰고 구르던 형사들이 양파를 썰고 닭을 튀기다 대박을 터뜨린다는 설정부터가 흥미로운데, 감독은 여기에 반전과 대사를 양념치킨 속 땅콩처럼 뿌려 놓았다. 재수 없는 라이벌 형사팀의 고기 회식에는 빠지지 않는 종잇장 같은 자존심, 범인 대신 닭을 잡지만 그 시간만큼은 장인 정신을 다하는 직업 정신, 늘 사고를 치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 천재적인 잔머리를 보여 주는 반전 형사. 열정만 앞선 신입 형사의 과한 패기가 오히려 목숨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마을버스와 스쿨버스는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강력한 지원 부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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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현장에서도 늘 살아 돌아와 ‘좀비’로 불리는 고반장 역의 류승룡은 자연스러운 생활 코믹 연기를 맡아 간만에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이고, 노 메이크업을 감수한 이하늬는 트레이닝룩에 의리와 털털함 빼면 시체인 장형사 역을 연기한다. 특히 진선규는 마약반 골칫덩이에서 절대미각의 소유자로 변신하는 마형사 역을 맡아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굳어진 이미지를 벗고 순발력 넘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동휘는 범인보다 닭집 운영에 열심인 팀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제정신을 차리는 ‘혼자 진지해서 웃긴’ 영호 역을 맡아 이병헌 감독 특유의 전매 특허 ‘말’ 코미디를 살려 낸다. 감독의 전작인 ‘바람바람바람’을 통해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신하균은 댄디한 외모와 상반된 살벌한 말발의 마약업자 ‘이무배’로 분했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고반장 상사 역의 김의성은 지금도 어딘가 있을 듯한 느물거리는 상사 역을 잘 소화해낸다. 의리와 살벌함을 동시에 보여 주는 고반장 아내 역의 배우 김지영의 감초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 장면 등 영화 전체에 계속 등장하는 각종 치킨도 영화의 주요 신 스틸러. 후반의 반전, 소소한 판타지 같은 액션, 정교하게 깔아둔 유머 장치와 함께 비튼 극중극의 반전은 속사포 같은 대사들과 함께 영화의 입소문 확장에 한몫한다. 감독의 전작들에서의 하드코어한 화장실 유머를 줄인 대신, 무난하게 웃기는 가족형 유머를 대량 장착했다. 한국형 코미디와 성공적으로 결합한 이병헌 감독의 ‘착붙 말맛’ 유머가 영화 흥행 요소.

‘현장도 정말 재미있었겠다’ 싶은 영화들이 대부분 흥행하는 것을 보면, 극중에서 보여 주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5명의 케미스트리에 거는 기대도 크다. 무난하게 흥행할 만한 B급 유머로 잘 버무려진, 잘 만든 코믹 수사극이다.

[글 최재민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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