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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BOOK

입력 : 
2019-01-23 09: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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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에선 꼭 슈퍼마켓에 가라 『마케터의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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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현 지음 / 북스톤 펴냄
유럽생활 4년 차를 맞은 프리랜서 마케터인 저자는 파리에 머물면서 틈나는 대로 여행을 떠났다. 런던, 밀라노,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스톡홀름, 바르셀로나 등 한국 소비자들이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유럽 도시로. 여행지에선 반드시 마트와 슈퍼마켓을 들렀다. 현지인이 먹는 식품, 식자재를 구경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 사회의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제품 디자인, PB, 공정무역, 간편식 등 한발 앞선 트렌드를 다채롭게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여행할 때 덴마크의 대표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인기를 발견하게 됐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그는 애플이 인수한 비츠, 삼성이 인수한 하만을 근거로 이 기업에 투자했다. 결과는? 뱅앤올룹슨은 2016년을 기점으로 지속 상승 중이다. 저자는 이런 경험을 들려주며 마케팅이라는 프레임을 갖추고 여행지에서 투자기회를 발견하라고 조언한다.

파리에서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더 이상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도시 거주자의 자동차 보유율이 낮아졌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심리적 장벽도 있었다. 무엇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을 소량으로 자주 구매하는 습관을 지닌 이들에게 대형마트는 적합한 유통채널이 아니었다. 이런 변화가 까르푸, 테스코 등의 주가를 하락시켰음을 저자는 짚어준다. 한국의 이마트가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 도심 내 할인매장을 육성하는 건 이 같은 접근성 이슈에 대응한 영리한 전략이라 평가한다. 국내에 불고 있는 간편식 열풍도 프랑스에서 먼저 목격했다. 삐꺄와 막스앤스펜서는 프랑스 간편식 시장의 선두주자다. 편의점 규모의 냉동식품만 판매하는 삐꺄는 시장 점유율 1위로 유럽의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건 물론이고, 최근에는 비빔밥, 부침개, 김치덮밥 등 한식 메뉴도 팔았다. 막스앤스펜서는 의류 사업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형매장을 폐쇄하고 소규모 간편식 전문매장을 늘리고 있었다.

럭셔리 기업 LVMH는 단 하나의 매장만 고수하는 백화점이 있다. 파리의 부촌인 7구에 있는 세계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봉마르셰다. 이 백화점의 식품공간 그랑드 에피세리는 가장 맛있는 먹거리만을 선별한 큐레이션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을 꾸미고 이 경험을 온라인으로도 이식하고 있다. 의류 보석 등에 비해 식품은 ‘소소한 사치’가 가능한 제품군이라서다. 식품 관련 체험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기도 적합하다는 점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저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한 신유통사업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LVMH의 미래는 그랑드 에피세리의 성장에 달렸다고 평가한다. 먹거리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유럽의 식품 매장을 함께 여행하다 보면 포만감이 드는 책이다.

▶시골마을 일으킨 구마몬의 힘 『구마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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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현 팀 구마몬 지음 / 정문주 옮김 / 민음사 펴냄
구마모토현은 일본 규슈섬에 위치한 시골이다. 2011년 오사카와 규슈를 잇는 신칸센 개통을 앞두고 지역 홍보를 위해 구마모토현은 2010년 3월 구마몬을 만들었다. 곰(熊)이 사는 고장은 아니지만 구마모토(熊本)라는 이름에 착안해 언제 어디서나 얼굴을 내밀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지역 마스코트를 구체화해 낸 것이다. 구마몬을 알리기 위해 일본 야구의 성지인 고시엔 구장에 전신 광고판을 걸었고, 검은 털에 놀란 눈동자를 한 곰 인형이 오사카를 비롯한 일본 일대를 누비게 했다. 블로그를 만들어 활동 기사를 올리는 노력도 했다. “구마모토현은 곰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가 봐요”라는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홍보에 열을 올린 끝에 짝퉁 구마몬이 등장할 만큼 유명해졌다. 구마몬을 통해 구마모토는 2017년 한 해 동안 1조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공 비결은 지역 생산품을 내다 파는 일에 필요하다면 구마몬을 사용료 없이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 것이었다. 역발상이 적중해 구마몬은 구마모토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이 책은 캐릭터 산업뿐 아니라 지방 마스코트 산업 자체가 크게 활성화된 일본에서도 예외적인 사건이 된 ‘구마모토 현청의 영업부장’ 구마몬의 눈부신 성공 비결인 구마모토 현청 공무원들의 피땀 어린 분투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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