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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러빙 빈센트展` 19세기 고흐에 바치는 21세기 후배들의 덧칠

입력 : 
2019-01-23 09: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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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그 감동을 잇는 월드 투어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고흐의 삶과 죽음 그리고 영원불멸의 예술혼을 영화로 탄생시킨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다양한 시각 효과와 오감을 활용한 공간에서 만나는 고흐의 작품은 영화와는 다른 감동을 전해 준다.

사진설명
▶Info -장소 M컨템포러리

-기간 ~2019년 3월3일

-티켓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 9000원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2017년 개봉된 영화 ‘러빙 빈센트’는 여러 가지 기록을 세웠다. 소극장 예술 영화로는 드물게 40여만 명이 영화를 관람했다. 부부인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이 기획한 이 영화는 고흐가 죽은 후 그의 그림을 사랑했던 우체부의 아들 아르망 룰랭이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고흐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장소로 찾아가 그의 비극적이고도 미스터리한 죽음을 추적해 간다는 이야기다.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도 시도된 적 없는 모든 프레임이 유화로 제작되었다. 전 세계 20개국에서 고흐를 사랑하는 후배 화가 125명이 모여 9년 동안 6만5000여 장의 프레임을 직접 손으로 그린 희귀한 작품이다. 그 감동을 이어 가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러빙 빈센트’는 가난하고 고독했고 천재이며 미치광이로 불린 빈센트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한 후배 예술가들의 오마주의 연장선이다. 특히 총 제작 기간 9년, 그중에서도 2년이 걸린 채색 작업을 통해 고흐의 현존하는 작품 855점 가운데 76점을 영화에 사용했고, 여기에는 6만5000여 장의 프레임이 소요되었다. 그 수만 장의 유화 프레임 중에서 125점을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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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125점의 작품을 총 9개 섹션으로 나눠 소개한다. 우선 고흐의 연대기다. 그를 설명하고 그의 일생 중에서 어떤 삶에 영화와 전시가 초점을 맞추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고흐가 그린 다양한 초상화 25점이 화가와 배우를 통해 영화 속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드러난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제작 과정 중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즉 캔버스를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비율과 채색 등에서 원화의 감동을 이어 가기 위한 제작진의 정밀한 수고를 발견할 수 있다. 고흐는 주로 정사각형의 캔버스를 사용했는데 이를 영화 프레임에 맞추는 과정이 가장 난제였다고 한다. 고흐의 죽음은 후대에 많은 추측과 가설을 생산했다. 이 점도 전시는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죽음의 가설 중에서 영화가 인용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색에 전념하며 영화에 고흐의 예술혼을 담아낸 후배 화가들 중에서 네 명을 자세히 소개하는 ‘화가의 시선’ 섹션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특히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재현된 원형 스크린 앞에 서면 관객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전시회에서 맞이할 감동은 고흐의 원작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1928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단 한 차례 소개된 후 외부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두 점이 110년 만에 소개된다. 유명 컬렉터 티에츠 소장 작품으로 1888년경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꽃이 있는 정물화’, ‘수확하는 두 농부’가 그 주인공이다. 처절했던 삶, 평생 아프고 외로웠던 천재 고흐. 그는 후대에 수많은 이야기와 작품을 남겼다. 비록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한시도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고흐에 관한 전시, 영화, 학술회, 강연 등의 연속성을 볼 때 고흐는 우리에게 ‘그림’을 남긴 것이 아닌 ‘유산’을 남긴 위대한 화가인 셈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M컨템포러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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