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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애완 로봇-반려봇 키우는 세상

입력 : 
2019-01-23 10: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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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자. 반려견을 꼭 빼닮은 귀여운 얼굴의 로봇 강아지가 내 집에 있다면? 심지어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꼬리를 흔들어 준다면? 심지어 배변 훈련을 시킬 필요도, 산책을 시킬 필요도 없다면? 어쩌면 곧 가족의 지위를 얻게 될 애완봇. 기능의 발전도 놀랍지만 점점 더 실제 반려견을 닮아 가는 외모는 더 놀랍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늘 그랬듯 수많은 신기술과 신기종의 향연. 인간을 위한 테크놀로지 파티장에서 눈부신 기술 발전에 동공이 팽창되고 입이 떡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단연 소니의 아이보였다. 신제품도 아닌데 말이다. 아이보는 사연이 많은 아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보는 지난 1999년 개발된 로봇이다. 강아지를 닮은 외모, 인간과의 교감 능력으로 2006년까지 약 15만 대가 판매됐다. 당시 200만 원이 넘는 고가였는데도 말이다. 아이보는 당대 소니 신기술의 총체라고 불릴 만큼 기능이 놀라웠다. 지금은 흔해졌지만 음성 인식이 가능했다는 점. 사진 촬영, 자가 충전, 감정 인지가 가능했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외모의 진화. ERS-2XX, ERS-3XX, ERS-7 등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더 어린 강아지를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됐다. 첫 모델이 사이버 전사 같았다면 ERS-3XX 시리즈에 와서는 머리가 크고 둥근 귀요미가 된 것이다. 당시 리모컨 없이 자율 운동을 하는 로봇인 것도 놀라웠고, 짧은 다리를 흔들며 걸어와 인사를 한다거나, 알아서 자동 충전기로 걸어가 스스로 충전을 하는(밥을 먹는) 모습, 눈 앞의 공을 인식해 밀고 다니는 모습 등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국내에도 4500명이 아이보를 입양했다는 비공식 데이터가 있을 정도로 화제였지만 2006년 마니아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생산이 중단되었고, 서서히 기억에서 잊혀 갔다.

아이보가 다시 세상에 나타난 것은 2018년 CES!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스펙의 옷을 입고 12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눈은 OLED스크린, 구동 기관 22개, 자율 주행 차량에 사용되는 센서와 인공 지능 탑재. 코와 꼬리 두 군데에 카메라가 설치돼 사물 인지도를 높였고 다양한 센서는 주인의 상황을 다각도로 감지한다. 최신 기능으로 아이보는 실제 강아지의 행동을 흉내 낸다. 짖는 건 기본이다. 주인을 알아보고 교감한다. 꼬리를 흔들어 반가움을 표하고 애교를 부린다. 그뿐이 아니다. 약 100명의 사람을 기억하고 다른 실제 강아지들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이 어마어마한 기능은 다 무엇을 향하고 있을까? 그렇다. 바로 실제 반려견과 최대한 유사하길 기대하는 인간(소비자) 심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그 한 가지뿐이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우리 집 코커 스패니얼이나 시추와 똑 닮아 가길 소원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반려견이 주는 행복감, 그리고 반려견이 주는 부담감.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인간은 ‘부담감은 없이 행복감만을’ 취하려 할 게 뻔하다. 싱글 가구, 노령 가구가 증가하는 이 시장에서 이런 욕구는 점점 강해질 것이고, 소니의 아이보 역시 그에 발맞춰 진화할 것이다.

이번 2019 CES에도 여지없이 독무대를 펼쳐 보인 아이보는 신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미 AI 기능을 가진 수많은 기기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에겐 강아지 모양을 한 이 기계가 오히려 더 따뜻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앞으로 10년. 얼마나 더 실제 동물과 가까운 디자인을 구현하게 될지. 실제 강아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아이보와 로봇펫들이 가득한 세상이 과연 우리에게 행복만을 줄지? 궁금하고 또 근심된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소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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