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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은행에 편집숍과 문화공연장이 있다?! 이토록 기발한 숍인숍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1-23 14: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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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차 들른 은행에서 통장 대신 양손 가득 간식거리를 사 들고 나오고, 서점에서는 한 손에 책을, 한 손에 따뜻한 겨울용 외투를 사서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제 백화점이나 복합쇼핑센터 대신 은행이나, 서점만 찾아도 될 지경이다. 말 그대로 별걸 다 팔고, 내 취향을 흠뻑 녹아 든 공간에서 먹고, 즐기고, 구매하면 되는 것이다.



Case#1 트랜스포머를 능가하는 서점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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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온라인 마켓이 발달하면서 가장 위기에 놓였던 대표적인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이에 서점가는 다방면에서 변화와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서점과 카페를 결합한 형태의 북 카페가 홍대와 연남동,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퍼지기 시작했다. ‘차와 함께 즐기는 도서’. 이 두 요소의 결합은 고객들로 하여금 상상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도 일부 브랜드의 북 카페 등은 지역 명물로서 성공적인 숍인숍 사례로도 꼽힌다. 그리고 예상 외의 조합이 생각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초, 영풍문고 종로본점은 신규 입점 매장 오픈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음반 숍, 카페, 드러그스토어 등 없는 게 없었던 이곳에 새롭게 선보인 건 바로 일본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이었다. 무인양품은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져 지금은 전 세계 7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 브랜드로, MUJI 영풍종로점의 경우 총면적 1606㎡(약 502평), 지하 1~2층에 걸쳐 2개 층으로 꾸며졌다. 지하 1층에는 여성복과 헬스, 뷰티 제품 등이 지하 2층에는 남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가구, 생활용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점과 의류·식품·생활용품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제품 브랜드의 결합.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 공간 구축이 불러온 결과는 소비자의 매장 체류 시간에 있었다. ‘고객들이 편하게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중점을 둔 것이다. 책을 보다가 눈이 피로하면 아로마를 쐬기도 하고, 많이 돌아다녀 힘들다면 지하 2층에 마련된 소파, 침대 등의 MUJI 가구에서 구경하며 한 차례 쉬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또 지난 12월 말 종각역 내 종로서적 앞 지하 광장에는 ‘메리크리스마스 종로청년숲’이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와 총 46개 팀의 청년 사업가들의 수공예 제품(액세서리, 도자기, 방향제, 소이 캔들) 등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는 종로구에서 청년 사업가들의 판로 지원 및 제품 홍보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역이 보유한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형태로, 종로서적과 종각역을 오가며 청년숲을 방문한 시민 누구에게나 아이디어와 개성이 담긴 수공예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Case#2 은행에서 쇼핑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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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B하나은행은 은행 영업점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인 ‘컬처 뱅크’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은행이 업무를 위해 방문하는 목적성 공간이었다면, ‘컬처 뱅크’는 지역 주민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금융 콘텐츠를 영업점 공간에 융합시킨 것이다. 기존 은행 서비스 지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번호표를 뽑은 채 제 순서를 기다리기에 급급했던 고객들의 시간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변화시켰다’는 점, 그리고 은행 영업이 대부분 종료하는 시간대에나, 주말에도 언제든지 방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선보인 컬처 뱅크는 총 4개의 지점으로, 국내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방배서래지점(컬처 뱅크 1호점)과, 책과 힐링을 테마로 ‘북바이북’과 협업한 광화문역지점(2호점), 가드닝을 배워볼 수 있는 잠실레이크팰리스점(3호점), 그리고 온라인 편집숍 ‘29cm’와 컬래버레이션 한 강남역점(4호점)이 있다. 특히 최근에 오픈한 KEB하나은행 강남역점은 온라인 마켓으로 알려진 ‘29cm’의 오프라인 스토어 1호점이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트랜드에 민감한 2030세대 직장인과 대학생이 밀집한 강남역 특성에 맞춰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링 아이템과, 커피 전문 브랜드 ‘앤트러사이트’의 프리미엄 커피와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창구가, 중앙에는 고객들이 대기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그리고 왼쪽에는 29cm의 제품들이 마련된 편집숍이 있다. 이곳의 제품 종류는 꽤 다양한 편이다. 케어, 오피스, 굿즈, 스낵, 시그니쳐, 패스트 푸드 등으로 분류했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찾은 인근 직장인들이나 호기심 차 찾은 사람들도 한번쯤 구경하게끔 하는 아이디어 상품들도 곳곳에서 보인다. 앤트러사이트에선 때때로 커피 테이스팅 클래스와 플라워 클래스, 유명 작가 및 감독 초청 토크 콘서트, 시즌에 맞춘 브랜드 팝업 스토어 운영될 예정이라고. 이러한 KEB 하나은행의 컬처 뱅크 사업은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손님들이 줄어 들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규 손님 창출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체험 공간의 확대뿐 아니라, 은행의 유휴 공간을 손님에게 돌려주어 은행이라는 공간을 지역주민과 더 많은 사람이 언제든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Case#3 명동 라인프렌즈에서 만나보는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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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 브랜드 오리온과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가 만났다. 한국 토종 브랜드끼리의 결합? 초코파이에 그려진 라인프렌즈 정도를 상상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10월, 라인프렌즈 명동 지점에 숍입숍 형태로 ‘초코파이 하우스’ 매장이 오픈했다. 앞에 통 유리 창문에는 커다란 곰돌이 캐릭터 브라운을 포토존 삼아 사진 촬영을 하는 방문객들로 줄을 이루고 있고, 그 한편에 마련된 아기자기한 초코파이 하우스 매장은 마치 유럽 장난감 가게에서 달콤한 간식을 함께 맛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한 라인프렌즈 캐릭터인 ‘브라운’과 ‘코니’가 패키지에 그려진 인절미 초코파이와, 무화과 초코파이 등 이곳 협업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디저트 초코파이 특별 패키지’도 별도로 판매해 특별함을 더한다. 명동 중심에 위치한 라인프렌즈 매장의 경우, 젊은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오가는 곳으로, 초코파이 하우스와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두 브랜드의 협업을 통해 트렌디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오리온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협업은 “라인프렌즈의 트렌디한 이미지가 ‘초코파이 하우스’와 잘 부합해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소확행’의 특별한 경험을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 울타리를 낮추고 친근감을 높이다

기업이나 사옥 내 빈 공간을 활용해 사무공간으로 꾸민 뒤 임대해주는 ‘공유 오피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지스 자산운용은 지난 15일, ‘오피스 시장에서 공유 오피스는 정착이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말 서울에선 36개 공유 오피스 브랜드가 약 25만3900㎡의 오피스 면적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주로 벤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등이다. 위워크, 리저스, 패스트파이브 등의 공유 오피스 브랜드를 통해 기업 입장에선 공실을 막고, 개인 또는 사업자 입장에선 저렴한 비용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 이점이 있다. 좋은 입지 조건 역시 한목한다.

그런가 하면 자체적으로 문화 활동 공간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여의도 SK증권빌딩,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등에서는 본사 건물의 일부 층을 활용해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는 식음료 편집숍 ‘셀렉트 다이닝’ 형식의 식당가와 문화 공간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포스코센터는 17개 유명 맛집을 배치한 셀렉트 다이닝과, 영풍문고, 카페 테라로사를 입점시켰다. 특히 테라로사의 경우, 장소적 특징을 살려 ‘철’ 소재 인테리어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이제 대치동의 맛집, 볼거리, 쉴 곳을 따로 찾지 않고 복합쇼핑센터처럼 포스코센터를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일종의 핫플레이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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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SK증권빌딩과 대진파이낸스센터에는 동명의 셀렉트 다이닝이 생겼다. 각각 대도시 행정구역의 이니셜 앞글 자 Y(여의도)와 M(명동)을 따서 ‘디스트릭트Y’와 ‘디스트릭트M’으로 불린다. ‘디스트릭트’는 ‘도시의 물리적 공간에 코드를 부여하고 새로운 개념의 장소를 창출하여 오피스 도심 속에 독특한 모던 디자인을 연출한다’는 의도로 생긴 다이닝 공간으로, 이곳에 콘셉트형 레스토랑을 도입한 업체가 바로 오티디 코퍼레이션(OTD Corporation)이다. 오티디 코퍼레이션은 디스트릭트Y와 M 외에도 파워플랜트 D타워, 마켓로거스 스타필드 하남점 등 국내 주요 거점 빌딩 등에 이 같은 식음료 매장을 유치한 시킨 브랜드로, 얼마 전 세 번째 공간 ‘디스트릭트C’(City Hall)를 선보인 바 있다. 디스트릭트C가 생긴 장소는 을지로 부영빌딩. 이곳에선 ‘한국형 츠타야 서점’이라고 명명되는 큐레이팅 서점 ‘아크앤북(ARC.N. BOOK)’도 새롭게 공개했는데, 이곳은 일상(Daily), 주말(Weekend), 스타일(Style), 영감(Inspiration) 네 가지 테마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일반 서점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이 ‘셀렉트 다이닝’과 합쳐지면 어떨까. 디스트릭트C를 찾은 손님들은 아크앤북에서 고른 책을 식음료 매장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책과, 음식, 분위기를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초밥집 ‘스스시시’, ‘태극당’ 베이커리, ‘식물학 카페’, ‘운다 피자’, ‘샤오짠’ 등 F&B 브랜드 등이 일찌감치 입점을 마친 상태다. 이처럼 각종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한데 연결한 숍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판매하며 새로운 휴식처로서 거듭나고 있다.

Plus Insight | 놀러 오세요! 취향의 공간 도서 『라이프 트렌드 2019-젠더 뉴트럴』(김용섭 저/ 부키 펴냄)에서도 과거와 달리 소비자의 일상을 점유하는 라이프셰어 전략이 서로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며 전방위적 경쟁 관계가 만들어지고, 소유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적 변화는 색다른 콜라보를 완성시켰다. 오프라인의 라이프스타일 마켓들은 점점 개성을 더 주목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취향적 공간을 선보인다.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놀러 오는 곳이란 콘셉트에 중점을 맞추는 공간들은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물건만 팔기 위해 시작된 마켓이나 유통업은 무수히 많았지만, 그 상품들이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물건 자체로만 핵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이승연, 종로구, KEB하나은행, 오리온, 포스코 일러스트 포토파크 참고 및 인용 『라이프트렌드2019-젠더 뉴트럴』(김용섭 저/ 부키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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