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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덕후 N년 차, 굿즈의 역사-덕질과 수집 문화는 일맥상통한다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1-23 15: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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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있어 몰두해 전문가 정도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출처 시사상식사전)’, 일명 ‘덕후’들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들은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지고 그들이 애정해 못지 않는 분야를 샅샅이 파고 든다. 그들의 일면을 증명하는 굿즈(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덕후들의 애장품, 굿즈들을 소개한다.

▶N년 차 아이돌 그룹 덕후 K씨(32세)

▷모으는 분야? 아이돌 굿즈

▷가장 아끼는 물건? 포스터 클리어화일, 공식팬클럽 굿즈(응원봉)

사진설명
이비카드에서 선보인 엑소 캐시비교통카드
“개개인마다 굿즈를 보관하는 노하우가 있다. 내 경우는 새로 산 화보집을 보기 전 손을 닦거나, 장갑을 끼고 감상하는 것이다. 특히 앨범을 사면 딸려오는 포스터를 모아둔 A1 사이즈 클리어화일은 내 최애장품이다. 무게도 크기도 만만치 않지만 온전히 보관하기 위해서랄까.” “이 얘기는 먼저 하고 싶다. 굿즈는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다. 그저 최애가 “이걸 사!!” 외치는 듯 해서 사는 것뿐이다.(웃음) 콘서트만 가더라도 굿즈 판매 줄이 길게 늘어진 이유가 그것이다. 아이돌 굿즈의 경우 먼저 음반(정규, 미니, 솔로)과 그 부록인 음반 포스터, 포토카드부터 공식팬클럽 응원 상품, 굿즈숍 판매품, 콘서트 굿즈, DVD, 팬들 개인 나눔용품 등 다양한 편이다. 이걸 어디다 쓰냐고? 굿즈는 일상 생활에서 절대 사용하는 물품이 아니다. 먼지 쌓이지 않게 고이 모셔둔다. 굿즈는 정말 쓰고 싶다면, 보관용과 쓸 것 두 개를 구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 10년 차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 P씨(35세)

▷모으는 분야?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장 아끼는 물건? 가오나시 스노우볼

사진설명
피규어뮤지엄 제주
홍콩 야시장에서 들여온 애정품이다. 저렴한 가격에다 한차례 흥정해서 산 제품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해 일본에서 산 가오나시 손인형과 함께 가장 애정하는 물건이다.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한 배우를 보며 자주 공감하는 편이다. 캐릭터가 내 일상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굿즈를 구매한다.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굿즈를 보며 힐링을 하기도 하고, 주변인들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 과거에 외국 캐릭터의 경우는 굿즈를 구하기 힘들어서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었는데, 어느덧 굿즈 문화가 활성화 되고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컬렉션 역시 다양해진 편이다. 일본을 여행할 땐 캐릭터 전문 숍을 찾아 다니고 캐릭터 마을, 박물관 등도 찾아가고 있다. 세트를 다 모으면 행복감과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 3년 차 맥주 덕후 J씨(31세)

▷모으는 분야? 브랜드별 맥주

▷가장 아끼는 물건? 맥주 거품 제조기

사진설명
제조기 사용법은 간단하다. 필요한 것은 건전지 두 개. 오픈한 캔 맥주에 거품 제조기를 달고 전원을 켠 뒤, 천천히 잔에 따라주다 보면 어느새 잔 끝이 맥주 거품으로 풍성하게 갈무리 돼 있다. 마치 카푸치노의 우유 거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거품 제조기는 여행지를 갈 때도 챙겨가 숙소에서도 즐기는 편이다. “가장 애정하는 주종을 두 가지 골라보자면 청하와 같은 사케 종류나 맥주이다. 최근 광화문에 위치한 펍을 갔는데, 각종 브랜드의 맥주를 당 마셔볼 수 있어서 그곳이 천국처럼 느껴지더라. 종종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 들어오는 한정품 맥주나, 해외 여행을 가서 산 맥주, 전용잔 등 칸이 많은 책장을 활용해 인테리어 소품처럼 차곡차곡 쌓아 놓는다. 그래서 술을 모으는 걸 아는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술 선물을 해준다.(웃음) 이렇게 모아놓은 맥주는 주로 특별한 날, 생각나는 순간에 하나씩 뜯는다. 그리고 맥주의 맛만큼이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생맥주를 떠올리게 하는 부드러운 맥주 거품이다. 그래서 내 책장 속에 맥주, 전용잔은 없어도 맥주 거품 제조기는 필수품이다. 최근 나온 홈 비어 제품도 눈여겨보고 있는 중이다.”



▶ 4년 차 뮤지컬 덕후 L씨(30세)

▷모으는 분야? 뮤지컬 굿즈

▷가장 아끼는 물건? 티켓북

사진설명
그동안 관람했던 공연들의 티켓을 모아놓은 티켓북이다. 1년에 한 권을 다 쓰는 듯하다. 연극·뮤지컬 티켓은 영화 티켓에 비해 디자인도 예쁘게 나오는 편이고 과거에 내가 무슨 공연을 어떤 캐스트로 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공연에 따라 지난 회차 티켓을 가져오면 할인해주는 재관람 할인도 있다 보니 어느새 모으는 게 취미이자 필수가 됐다. “뮤덕(뮤지컬 덕후)이 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본 극이 많지는 않지만, 최근 대극장은 물론 중소극장까지 다양한 종류의 극을 꾸준히 관람하면서 관련 문화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특히 평소 애정하는 배우가 나오거나, 좋아하는 스토리의 극인 경우에는 기꺼이 N차 관람도 하는 편이다. 뮤지컬은 마니아 층이 탄탄한 분야다. 그래서 티켓을 제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티켓꽂이(티켓북)가 잘 나와 있다. 공연 포스터와 프로그램북, 그밖에도 최근엔 공연 관련 MD 상품들도 잘 나오다 보니 폰케이스나 텀블러, 에코백, 마그넷, 뱃지 등 마음에 드는 제품은 한두 개씩 사 모으기도 하고, 공연을 보며 친해진 팬들끼리 서로 나눔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 여기에 쓴 돈을 아꼈다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겠다고? 통장이 ‘텅장’이 되어 버린다고 해도 ‘지나간 극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신념이다.(웃음)”

[글 이승연 기자 사진 이승연,SM엔터테인먼트, 이비카드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4호 (19.01.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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