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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100만 부 돌파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1 10:16

수정 2019.01.21 10:16

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100만 부 돌파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사피엔스’(2015)·‘호모 데우스’(2017)·‘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2018)이 누적 판매 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차례로 65만 부, 25만 부, 10만 부가 독자의 선택을 받으며 2015년 첫 책출간 이후 3년여 만에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

하라리 열풍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1년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로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사피엔스’는 2014년 영어로 출간되어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 50개 국어로 1000만 부 이상 팔렸다.

‘호모 데우스’는 50개 국어로 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유발 하라리라는 무명의 역사학자를 세계적인 저자로 끌어올린 것은 빌 게이츠, 재레드 다이아몬드, 마크 저커버그, 대니얼 카너먼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지성인들이었다.
하라리의 비범한 재능을 앞서 포착한 그들의 찬탄은 하라리 열풍의 기폭제가 되었다.

국내에서 유발 하라리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력한 잔상을 남긴 것은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었을 때였다. 인간은 이제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될까? AI는 내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을 무가치한 존재로 전락시킬까?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인간의 정의를 묻고 미래를 내다볼 힘을 키울 근본적인 성찰이 시급해진 그때, 유발 하라리가 한국을 찾았다.

사람들은 하라리에게서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고 미래를 대비할 답을 구하고자 했고, ‘사피엔스’는 강연과 기사로는 다 채울 수 없는 대중의 지적 허기를 앎의 즐거움으로 돌려주었다. 이후 ‘사피엔스’는 전국 서점에서 10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여러 매체에서 그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후속작 ‘호모 데우스’ 또한 대담하고 논쟁적인 미래 전망으로 사람들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유발 하라리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지식인층에게서도 고른 호응을 얻는 흔치 않은 인문교양 분야의 파워 저자다. 해외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수의 명사가 하라리가 던지는 의제에 조응하며 해외의 하라리 열풍을 이어갔다.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유시민 작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장은수 출판평론가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하라리의 저작을 높이 평가하며 일독을 권했다. 유발 하라리는 교수 사회에도 침투해 ‘사피엔스’가 2018년 교수 추천 도서 1위, ‘호모 데우스’가 3위를 차지했다. 우리는 왜 그에게 열광하는가?

하라리는 교양 논픽션의 저자로서 3박자 미덕을 고루 갖췄다. 폭넓은 지식에다 대담한 해석과 통찰에, 대중을 흡인하는 경쾌한 글솜씨까지 겸비했다. 그의 책을 읽는 경험은 성대한 지적 향연에 초대받는 즐거움을 준다. 고고인류학부터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생명공학, 정보기술, 데이터과학에 이르는 신구 학문의 최신 성과를 고루 담고 있어, 3부작을 읽고 나면 웬만한 분야의 주요 저서들을 두루 섭렵한 셈이 된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낼 줄 안다.

각 분야의 연구 성과들을 소화해 이야기의 토대와 큰 줄기로 삼되 절묘한 지점에서 자신만의 추론과 상상으로 가지를 뻗는다. 자연과 문화, 물질과 의식, 성과 속, 종교와 과학, 민주주의와 민족주의, 정체성과 의미, 알고리즘과 데이터 같은 굵직굵직한 학문적 담론이 그의 손에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둔갑한다.

얼마 전 빌 게이츠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추천도서로 꼽으며 “세계정세가 당신을 압도했다면, 이 책은 뉴스를 처리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에 대해 생각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발 하라리가 제안하는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시야, 명료한 진단과 근본적인 해법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삶을 지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다. 이것이 ‘인류 3부작’이 수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밀리언 스페셜 에디션은 유발 하라리와 그의 ‘인류 3부작’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어보는 글을 모은 ‘유발 하라리 깊이 읽기’와 함께한다.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하라리 특유의 통찰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 요긴한 도구가 될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옮긴이인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는 세계를 강타한 ‘하라리 열풍’을 개관하며 ‘21세기 사상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하라리 읽기가 지니는 의미를 살펴본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는 정보기술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지성의 트렌드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현상이자 징조로 하라리를 해석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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