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이름·문학, 여전히 뜨겁다’ 8주기 맞아 후배 작가들 소설집 펴내

이영경 기자

조경란 등 29인 참여한 ‘멜랑콜리 해피엔딩’

소설가 박완서(오른쪽 사진) 8주기를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추모 콩트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을 펴냈다.

소설가 박완서(오른쪽 사진) 8주기를 맞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추모 콩트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을 펴냈다.

22일이면 소설가 박완서(1931~2011)가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된다. 박완서 8주기를 기념해 조경란, 함정임, 이기호, 천운영, 손보미, 조남주, 강화길, 정세랑, 박민정 등 중견 작가부터 신인 작가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쓴 짧은 소설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작가정신)이 출간됐다.

“방 안에 들어앉아 창호지에 바늘 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는 재미”라고 고인은 생전에 짧은 소설 ‘콩트’를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완서 8주기를 맞아 1995년 펴냈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 재출간되면서 후배 작가 29인이 박완서의 콩트를 오마주한 소설집이 함께 나왔다.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됐지만, 박완서의 이름과 문학은 여전히 뜨겁다. “여성에게 삶의 매 순간이 투쟁임을, 문학이 순응이나 타협이 아니라 격렬한 싸움임을, 박완서 선생만큼 평생 온몸으로 체현하며 살았던 사람이 있을까”(윤이형), “박완서 문학이 묘사해내는 생활 감각은 탁월해서, 이웃의 갈망이 낳는 소소한 내면적 불편과 갈등이 잘 그려졌다”(전성태)고 후배 작가들은 기억한다.

후배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이기호의 ‘다시 봄’은 생활고에 치인 가장의 비애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온 박완서의 작품세계를 기렸다. 술김에 한 달치 월세에 맞먹는 레고를 아들의 장난감으로 사간 주인공을 아내는 환불해 오라고 내몬다. 아들과 함께 한밤중 대형마트로 향하는 길, 아들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박완서는 소설 속에 딸, 아내, 어머니로서 굴곡진 삶을 살아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후배 작가들은 여성의 결혼, 육아 등 현실을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윤이형은 ‘여성의 신비’에서 임신과 육아로 8년간 경력단절된 여성이 자살극까지 벌이며 복직한 후 겪는 어려움, 전업주부 친구와의 묘한 심리적 갈등을 다룬다.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공평함에서 시작된 성난 마음을 딛고 언제가 됐든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서로를 조금 더 좋아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고인을 직접 언급하며 추모한 작품도 눈에 띈다. 정세랑은 “대가일수록 편견 없이 똑바로 장르 소설을 바라본다고 늘 여겨왔다. 박완서 선생님이 한 젊은 SF 작가에게 내린 빛나는 평가와 관련된 일화는 유명하고, SF작가들이 한결같이 박완서 선생님을 흠모하는 것은 그래서다”라고 그를 회고하고, 생전에 그의 뒷모습을 보고 머리카락 한 올만이라도 뽑으면 안될까 생각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손보미는 탐정을 방문한 의뢰인이 도리어 탐정 심부름을 하는 이야기, 임현은 안경을 잃어버린 난시의 주인공이 어딜 가나 자신과 닮은 인물을 만나는 환상적 이야기를 선보인다. 결국 29개의 이야기는 박완서라는 ‘구멍’을 통해 작가가 들여다본 지금, 여기의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인이 생전에 머물렀던 경기 구리시 아치울마을의 자택에선 해마다 기일에 맞춰 가족과 지인, 후배 작가들이 모여 추모미사를 연다. 22일 저녁에도 박완서 8주기를 기념한 추모미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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