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경영칼럼] 금융과 인공지능의 결합 인터넷은행 새모델 필요

  • 입력 : 2019.01.21 09:35:56
  • 최종수정 : 2019.03.11 16:34:48
지난해 11월 일본 미즈호은행은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합작으로 인터넷은행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 은행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특화된 무점포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은행 설립인가 소요 시간을 감안해 올해 상반기 중 개인 대출 사업을 우선 시작한다.

글로벌 메신저 사업으로 전 세계 6억명 가입자를 확보한 라인은 2018년 1월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을 세워 증권, 대출, 보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중이다. 이번 제휴는 기존 대형 은행과 신생 정보기술 기업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제적으로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역사상 최초의 인터넷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미국에서는 제조기업을 위시해 카드,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인터넷은행 진출이 활발했다. 유럽에서는 주로 기존 은행 자회사나 사업부 형태로 발전해나갔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초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인터넷은행 총자산은 전체 은행 대비 3% 이하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기존 대형 은행이 ATM 보급과 온라인뱅킹 서비스 등 비대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이 출현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이 발전하자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version 1.0 인터넷은행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자동화 개념으로 편리성을 높이는 차원이었다. 반면 미래를 주도할 version 2.0 인터넷은행은 플랫폼을 매개체로 다양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 접점을 장악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SNS 플랫폼에 록인(Lock-in)된 젊은 세대 확보 경쟁에서 기존 은행은 역부족이다. 또한 version 1.0 인터넷은행이 디지털 기술에 기반했다면 version 2.0 인터넷은행은 인공지능과 인간 감각이 협업하는 바이오닉 뱅크(Bionic Bank)로 진화한다. 기존 은행 역량으로는 이런 시장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미즈호은행이 라인과 손잡은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세계 10위권 대형 은행조차도 금융 서비스 자체 플랫폼 개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라인 입장에서도 금융상품 개발, 자금력과 신용도 향상 측면에서 매력적인 상호 이익 구조다.

이번 제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발표된 토요타와 소프트뱅크 합작회사 설립과 함께 전통 기업과 신생 기업이 힘을 합쳐 미래 시장을 주도하는 연합전선 구축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하반기 일본 산업계 최대의 뉴스였던 2가지 합작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에 시사점이 크다. 기존 전통 기업과 신생 기술기업이 제휴와 협력을 통해 신속하게 디지털 사업을 전개하는 전략적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온라인에서 기반을 닦은 신생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오프라인 전통 기업이 온라인 분야로 진출하는 확대 수준을 넘어선다.

특히 금융업은 각 기업마다 나름대로 핀테크 관련 사업의 확대에 노력하고 있지만 기업문화, 기술 수준, 인력 구조의 한계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사는 이를 신생 기업과의 제휴로 보완할 수 있다. 금융업 내 대형 은행부터 소규모 대출회사까지 다양하듯, 신생 기술기업이나 플랫폼도 기술 분야와 규모가 다양하다. 이 때문에 서로 이익이 되는 조합을 찾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