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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그대 이름은 장미' 유호정
"힘들었던 과거 떠올라 촬영 내내 눈물 흘렸죠"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01.21 11:15:48
  • 최종수정 : 2019.01.21 15:01:00
리틀빅픽처스 제공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를 찍는 내내 가슴이 찡하고 뭉클했어요. 별것 아닌 장면에도 자꾸만 울컥하고 아련해지고는 했죠.”

히트작 ‘써니’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그대 이름은 장미’(감독 조석현)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유호정(50)은 이같이 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돌아가신 엄마를 한없이 떠올리게 한 애틋한 작품이란다.

극 중 비범한 과거를 뒤로한 채 평범한 ‘싱글맘’으로 살고 있는 ‘홍장미’로 분한 그는 “우리 엄마 역시 나와 동생을 홀로 키웠다. 부족함 속에서 항상 ‘당연하다’고 여겼던 엄마에 대한 기억이 새삼 아리게 다가오더라. 정말 힘들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애써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며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둘 풀어놓는다.

“홍수가 나 집이 침수되는 장면을 찍는데 예전 생각이 나더라고요. 중학생 때 저희 집도 물난리를 겪었거든요. 집이 반쯤 물에 잠기자 엄마가 저와 동생을 근처 아파트 5층에 피신시키고, 정작 자신은 집으로 돌아가 가재도구를 챙겨 옥상에서 하룻밤을 혼자 지내셨어요. 전 건너편에서 그것을 내려다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그때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찍을 때도 그랬지만 완성된 영화를 볼 때는 더 하염없이 울었단다. “영화 초반부부터 계속 눈물이 났다. 행복한 신인데도 자꾸만 그렇더라. 스스로도 ‘주책이다. 갱년기인가?’ 싶기도 했다”는 그는 “무엇보다 극 중 딸인 ‘현아’(채수빈 분)가 ‘엄마, 내가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가장 울컥했다. 나를 보는 것 같더라”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찬란했던 과거가 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제 과거는 그리 찬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늘 불안정하고 다소 어둡고 경직된 삶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연예계 데뷔 후 과분한 사랑을 받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즐거움보다는 돈을 벌어 엄마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늘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마음속 갈등이 컸죠.”

불안한 자신을 잡아준 것은, 어떤 의미에서의 진정한 행복의 시작은 배우 이재룡과의 결혼이었다.

“남편이 워낙 든든한 버팀목이 돼줘서 그런지 안정감이 생겨 좋았어요.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제가 가장 만족스러울 만큼(웃음). 엄마가 되니 배우로서도 작품 그리고 캐릭터, 생각 자체를 넓게 볼 수 있는 시각과 포용력도 생기게 됐고요. 자연스럽게 연기에 대한 열정도 커지고 보다 좋은 작품으로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작품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단다. “사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일을 많이 할 수 없었다. 1년에 한 편이 전부였다”는 그는 “그런 만큼 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컸다”고 덧붙였다.

“방송가는 물론 극장가에서 워낙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 선뜻 용기를 내기가 힘들었어요. 학대당하는 아이의 엄마라든가, 유괴된 아이의 엄마 혹은 그 밖의 지나치게 센 내용의 작품이나 캐릭터는 도전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가뜩이나 각박하고 외로운 세상인데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렸죠.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는 꼭 하고 싶었어요.”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과 인생을 기꺼이 희생한 ‘장미’를 통해, 그리고 그런 엄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구 같은 딸 ‘현아’를 통해 스스로도 성장하고 힐링이 됐다고. “요즘 극장가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영화예요. 보고 나면 효도할 수밖에 없는, 가족이 함께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고 자부해요(웃음).”

유호정과 채수빈, 박성웅, 오정세, 그리고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 등이 출연하는 ‘그대 이름은 장미’는 1월 16일 개봉했다.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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