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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M&A 귀재' 연초부터 中 화장품(에이본·AVON) 공장 인수

  • 정다운 기자
  • 입력 : 2019.01.21 10:08:50
1953년생/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 학사/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 수학/ 1999년 한국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 2012년 LG생활건강 부회장(현)

1953년생/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 학사/ 미국공인회계사 자격 취득/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 로스쿨 수학/ 1999년 한국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 사장/ 2005년 LG생활건강 사장/ 2012년 LG생활건강 부회장(현)

새해 벽두부터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66)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말 일본 화장품 기업 ‘에바메루’를 사들인 데 이어 1월 9일 더페이스샵을 통해 글로벌 화장품 회사 에이본(AVON)의 중국 광저우 공장 지분 100%를 인수했다. 차 부회장 특유의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전략이 재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그간 더페이스샵 제품 대부분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수출돼왔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LG생활건강 공장에서 일부 제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물량이 적고 시설은 노후화됐다. 유행에 민감한 화장품 시장에서 빠른 생산과 유통을 위해서도 새 공장이 필요했던 상황. LG생활건강이 현금성 자산 약 300억원을 제외한 493억원을 투자, 더페이스샵의 중국 현지 생산망 구축에 나선 배경이다. 에이본 광저우 공장은 7만9338㎡(약 2만4000평) 부지에 건물면적 4만9586㎡(약 1만5000평) 규모. 연간 1만3000t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최신식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계약은 중국 현지 정부기관 승인을 받은 뒤 2월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차 부회장의 주특기인 ‘M&A 경영’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 부회장이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후 지난 14년간 인수한 기업은 20여곳에 달한다.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사들여 1년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다이아몬드샘물(2009년), 더페이스샵·한국음료(2010년), 해태음료(2011년), 보브(현 바이올렛드림, 2012년), 영진약품 드링크사업부문(2013년), CNP코스메틱스(2014년), 제니스(2015년), 태극제약(2017년) 등 국내 업체는 물론, 긴자스테파니(2012년), 에버라이프·프루츠&패션(2013년) 등 일본과 캐나다 업체도 사들였다.

▶CEO 취임 이래 20여개 기업 적극 인수

화장품·생활용품·음료 사업 균형 이뤄

그의 M&A 철학은 한마디로 ‘내진설계’. 즉,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 세 사업 부문의 상호 보완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가령 화장품 사업의 전통적 비수기인 여름에는 음료 사업이 성수기여서 부진한 화장품 매출을 보완해주는 식이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3분기 매출 1조7372억원, 영업이익 2775억원의 사상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런 내진설계 덕분이란 평가다. 사드 보복 여파와 로컬 브랜드 성장으로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한 반면, LG생활건강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23.5%, 30.6%씩 늘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중국에서 고가 브랜드 ‘후’와 ‘숨’에 집중한 것이다.

‘궁중 화장품’을 표방한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1조4200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실적이다. 후는 지난 2016년 매출 1조원 돌파까지 14년이 걸렸지만, 2018년 2조원 달성에는 2년밖에 안 걸렸다.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환산하면 후의 글로벌 매출은 약 3조원까지 치솟는다. 글로벌 톱3 고가 화장품인 ‘랑콤’(2017년 기준 약 5조3000억원)과 ‘시세이도’(약 4조7000억원), ‘에스티로더’(4조4000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여기에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도 지난해 4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한몫을 단단히 했다. 2016년 매출액 3000억원을 달성한 지 2년 만에 46.7% 증가한 실적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LG생활건강 역시 면세점 매출 하락을 겪었다. 그러나 중국 여성 고객의 구매력과 눈높이가 높아지며 중국 현지 매장에서 후, 숨 등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선전했다. 결과적으로 중저가 화장품 위주로 성장하던 중국 현지 시장에서 고가 화장품 라인을 강화한 차 부회장의 판단이 제대로 들어맞았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희비는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증권가에 화장품 투자 광풍이 불던 3년 전 대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반 토막도 더 났지만 LG생활건강은 오히려 20% 이상 상승했다. 내진설계를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고가 브랜드 라인에 집중한 효과가 컸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중심 판매 전략과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은 경쟁 심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화장품 부문 내 후의 매출 비중은 2014년 20% 수준에서 2018년 50% 수준까지 확대되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면세점에서 럭셔리 제품에 대한 중국인 수요가 상승함에 따라 동반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차석용 부회장은 실적뿐 아니라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LG생활건강을 키웠다. 글로벌 기업(한국P&G)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펼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차 부회장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내가 도와주겠다’는 CEO 리더십 철학을 갖고 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개방적인 경영 스타일을 추구한다. 임원이나 팀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필요하면 거리낌 없이 들어가 차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LG생활건강 부회장실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또 회사 전반에 간결한 회의 문화를 확산, 정시퇴근제와 유연근무제를 정착시켰다”고 전했다.

차 부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뭘까. 매출 쏠림 현상이 첫손에 꼽힌다. LG생활건강은 전체 매출의 70%가 화장품사업부에서 나온다. 음료와 생활용품사업부의 분발이 필요하다. 차 부회장의 올 신년사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포착된다.

그는 신년사에서 “그동안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사업에 임해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 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되다 보니 관리해야 할 영역과 업무가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불필요하거나 반복적인 업무는 없애고 중복되는 업무는 통합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미 바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이 이끄는 성장세가 여지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오프라인 매장 확대 여력 감소가 우려되고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에서도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생활용품은 시장 악화 지속, 음료 부문은 편의점 출점 제한과 외식 경기 하락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화장품 부문 매출 상당수가 브랜드 후에 쏠려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후의 부진을 대비한 다음 주자를 키워야 한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에이본 공장 인수를 통해 중국 내 화장품·생활용품 생산시설을 확보한 만큼 향후 중국 내 브랜드·카테고리 다변화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면세점에 쏠린 유통 채널도 다변화해야 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면세점을 제외한 LG생활건강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미진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은 면세점 매출이 전체 화장품 매출의 40%를 차지해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 증가 여부와 실적 간 상관계수가 업계에서 가장 크다. 2019년에는 매출이 성장은 하겠지만 성장폭은 지난해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적인 고성장을 위해서는 후를 잇는 차세대 브랜드 발굴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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