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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구룡마을 개발 본궤도 올랐지만
아파트 달라는 주민 vs 임대 고집하는 서울시

  • 강승태 기자
  • 입력 : 2019.01.21 11:02:22
  • 최종수정 : 2019.01.28 15:48:44
서울 최대 무허가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2월 중으로 사업 실시계획인가를 내고 보상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토지 주인이나 거주민과 보상 협의가 만만찮다는 점은 개발 과정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지난해 말 ‘개포 도시개발사업 구역지정·개발계획 변경과 실시계획인가’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 측은 “관련 부서와 기관 협의를 거친 후 실시계획인가를 낼 계획”이라며 “협의 절차에 약 한 달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2월 중으로 인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룡마을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시와 거주민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구룡마을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울시와 거주민 간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30년 시계가 멈춘 구룡마을

▷개발 계획에도 반기지 않는 주민들

새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개포동 끝자락, 구룡산과 대모산 사이에 위치한 구룡마을. 서울 시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허가 판자촌이다. 마을 초입에는 너덜너덜한 벽지와 현수막이 눈에 띈다. ‘서울시장은 왜, 내집마련의 마지막 사다리를 걷어차는가’ ‘임대반대 투쟁’ 등 대부분 이주민 대책을 촉구하는 문구들이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면 과거 달동네를 연상시킬 법한 판자촌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구룡마을은 부지 규모만 28만6929㎡(약 8만6800평)다. 입지는 최고 노른자로 불릴 만하다. 구룡마을 건너편에는 당장 2월 입주 예정인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구룡마을에는 약 1000가구, 2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이곳 주민의 수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지만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거주민 이주·보상대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강남 내 ‘알짜 부지’라는 입지 때문에 끊임없이 개발 압력을 받았던 구룡마을은 굴곡의 역사를 안고 있다. 2011년 서울시가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구룡마을 개발 사업이 본격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토지주와 주민,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 이해관계자가 서로 개발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 좀처럼 개발이 진행되지 못했다. 건설사와 토지주는 민영 개발을 원했고, 주민은 각각 민영 개발파와 공영 개발파로 나뉘었다. 그러던 사이 구룡마을은 개발구역 지정에서 해제됐고 한때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공영 개발’ 방식의 사업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공영 개발 방식은 공공이 직접 토지를 매입해 주도권을 쥐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도 보상 방법이나 사업 추진 방식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 순탄할까

▷이주자 대책 협의가 급선무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구룡마을 토지 소유자는 580명, 거주민은 1107가구다. 서울시는 공공 주도하에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2692가구(임대 1107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시행은 SH공사가 맡는다. SH공사는 보상계획 공고를 상반기에 내고 하반기 감정평가 시행(보상금 산정)을 계획 중이다. 보상 절차를 위해 SH공사는 지난해 5월 말 행정안전부로부터 6000억원 규모 공사채 발행을 승인받았다. 공사는 2020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 계획대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거주민이 만족하는 이주대책이 제대로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주민들은 구룡마을 개발 과정에서 ‘분양권’을 요구한다. 비록 불법 건축물이지만 지금까지 ‘내 집’에 살고 있었으니 개발 후에도 ‘내 집’에서 살아야 한다는 논리다. 여러 구룡마을 거주민 단체 중 상당수는 거주민에게 아파트 분양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서울시가 실시계획인가를 강행하면 적극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룡마을 한 주민은 “지금 집처럼 임대료 없는 ‘내 집’을 달라”며 “서울시는 거주민 상황에 맞게 아파트를 공사 원가 수준으로 특별분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거주민에게 ‘재계약 가능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분양권을 줄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이주대책 대상자가 아니다. 다만 시행령 부칙에서 예외 규정이 있다.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이주대책 대상자가 된다. 구룡마을 주민 가운데 이주대책 대상자로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으로 서울시는 파악하고 있다.

거주민 못지않게 토지주 반발도 만만찮다. 수용 방식의 공영 개발은 토지주가 시세보다 훨씬 적은 보상을 받는다. 토지주 또한 분양권이나 공영 개발이 아닌 다른 방식의 개발을 요구하지만 서울시 측은 주민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거주민의 재정착을 위해 임대아파트를 공급할 방침”이라며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 보증금 등 세부사항은 사업 실시계획인가가 나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3호 (2019.01.23~2019.01.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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