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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30곳 넘을수도"…코스닥 `3월 잔혹사`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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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무더기 의견거절 주의보

새 외감법에 감사 깐깐해져
자료제출량도 2~3배 늘어
거래정지 후 재감사까지 반년
주가 90%이상 폭락하기도

차바이오텍 등 적자 누적기업
바이오 특례 통해 살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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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들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감사를 시작했다. 2018년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는 이달 중·후반부터 본격화한다. 특히 올해는 외감법 개정 여파로 어느 해보다 감사가 깐깐해질 분위기다. 감사인이 회사 측에 요구하는 자료가 이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감사시간제 도입이 핵심이다. 감사인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감사인 간에도 서로 제대로 검토했는지 '크로스 체크'하게 했고, 표준감사시간을 마련해 기존 대비 최대 2배에 가까운 감사 시간을 투입하도록 했다. 새 외감법으로 인해 감사인은 보다 철저하게 기업의 회계정보를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새 외감법에 따른 감사보고서는 오는 3월 처음 나온다.

회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분식회계 적발 시 감사인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는 5~7년에서 10년 이하로 늘어났으며, 벌금도 5000만~7000만원에서 부당이득 1~3배 이하로 늘어났다. 회계사 상대 손해배상소송 시효도 3년에서 8년으로 연장됐다.

20년 차 회계사인 K씨는 "외감법 및 금융상품에 대한 회계기준서 도입으로 회계감사 시 예년보다 배 이상 많은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 보유 지분증권이나 발행 전환사채 등에 대한 공정가치 목록과 외부 기관의 평가보고서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스닥법인 A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년간 결산감사를 맡아 오며 회사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던 회계사가 갑자기 교체되고 새로운 인력이 투입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올해 감사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듯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들은 감사인의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등 기업 분식회계에 따른 연대 책임과 징계가 강화되면서 집중적인 시간 투입과 강화된 이중·삼중 검증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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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인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가 감사 시간 투입에 걸림돌이 됐는데, 근로자와 협의해 1~4월에는 재량근무제를 통해 주 80~90시간을 집중 투자해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며 "1차 감사 이후 내부감사품질위원회를 통해 이중·삼중으로 감사보고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이나 회계법인 입장에서도 금융감독원이 올해 4대 중점 점검 분야를 발표한 데 따라 감사 체크 사항도 많아졌다. 이처럼 기업 회계감사가 강화되면서 한계기업의 경우 감사보고서에 '한정의견'이나 심하면 '의견거절'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의견거절을 받으면 거래정지나 상장폐지로 연결될 수 있다.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이 나오면 재감사를 통해 다시 거래정지가 풀리는 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 아울러 그간 주가는 크게는 90% 이상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감마누의 경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뒤 6000원대였던 주가가 400원까지 떨어졌다. 감마누는 감사의견 거절에 이어 상장폐지 결정까지 받았으나 최근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승리하면 상장이 유지될 수도 있다.

지난해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상장폐지 심사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는 총 20곳으로, 외감법 개정에 따른 회계감사 강화로 일각에서는 올해 의견거절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는 상장사가 30곳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3년 이상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 많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곳의 코스닥 상장사가 3년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규정 28조 3항과 38조 2항은 각각 코스닥 상장사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도록 지정하고 있다. 국순당, 나노스 등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3월 발표될 감사보고서에서 또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들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자칫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경우 연대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감사가 더욱 꼼꼼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바이오기업도 개발비 자산화 처리 이슈로 적자기업이 속출할 전망이다. 자산화했던 계정을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흑자회사는 적자회사로 바뀌고, 적자회사는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본잠식의 우려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바이오기업에 대해서는 적자기업 상장유지에 관한 특례를 신설해 상장유지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사인 차바이오텍은 최근 한국거래소에 바이오 특례를 신청했다. 기존 상장사가 바이오 특례를 신청한 첫 사례다.

바이오 특례는 바이오기업이 영업손실로 인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연구개발 투자가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에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차바이오텍은 영업손실을 이어가더라도 5년간 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외감법 개정 이후 회계법인들이 감사를 깐깐히 하려는 분위기"라며 "올해 3월 감사보고서에서 의견 거절 판정을 받는 상장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승환 기자 / 진영태 기자 /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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