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익명의 인터넷 헤이트스피치에 모욕죄 첫 처벌

도쿄|김진우 특파원
한 시민이 ‘헤이트스피치, 용서하지 않는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 시민이 ‘헤이트스피치, 용서하지 않는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재일동포 학생에 혐한 발언 60대에 과태료

인터넷 블로그에서 익명으로 재일동포 고등학생(당시 중학생)의 실명을 거론하며 헤이트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 글을 게재한 일본인 남성이 모욕죄로 처벌받았다고 일본 언론이 17일 전했다.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한 혐오발언이 모욕죄로 처벌받은 것은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 간이재판소는 지난해 12월 가와사키 검찰이 인터넷상에서 재일동포 ㄱ군을 비방·중상했다며 모욕죄로 약식기소한 오이타(大分)시 거주 남성(66)에 대해 지난달 20일 9000엔(약 9만2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 남성은 지난해 1월 ㄱ군이 가나가와현의 한 음악 행사에 참가한 것을 다룬 기사를 인용해 ㄱ군의 실명을 거론한 뒤 “일본 국내에 기생하고 있는 자이니치(在日)라고 하는 악성 외래 기생 생물종” “조선 히토모도키(일본 넷우익이 사용하는 한국인 비하 단어로 몸만 인간)” 등의 혐한(嫌韓) 글을 썼다. 이 블로그 내용은 ㄱ군 이름이 공개된 채 인터넷상에 널리 전파됐고, 비슷한 혐한 발언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가나가와현 변호사회는 지난해 2월 “학생에 대한 다수의 린치”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ㄱ군 측은 7월 블로그 관리회사에 이 남성에 대한 신원 정보를 얻어 고소했다.

ㄱ군은 “(인터넷에서) 헤이트스피치를 봤을 때의 공포와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가족들도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었다. 범죄로 처벌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고, 두 번 다시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의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변호사는 “익명으로 혐오 글을 써도 처벌될 수 있다는 교훈이 되는 사례이지만, 모욕죄(30일 미만 구류 또는 1만엔 미만 과태료)로는 너무 가볍다”면서 “헤이트 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도와 수사태세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2016년 6월 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이 시행됐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포괄적인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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