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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KT ‘국회의원 99명 불법 후원금’ 결론···돈 받은 의원들은 “혐의없음” 처리

선명수 기자
지난해 4월17일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들어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4월17일 황창규 KT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들어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찰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비롯해 고위급 임원 7명을 검찰에 넘겼다. KT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19·20대 국회를 합쳐 모두 99명에 달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 1년여간의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로 황 회장 등 7명과 KT법인을 검찰에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2014년부터 4년간 총 4억3790만원의 불법적인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KT는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000만여원을 조성했고, 이중 4억3790만원을 의원실에 후원금으로 냈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어 임직원과 가족·지인 등 총 37명의 개인 명의로 후원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KT가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원)를 피하기 위해 이처럼 ‘쪼개기 후원’한 것으로 봤다. 이런 방식으로 의원실마다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400만원 안팎의 후원금이 전달됐다.

후원금은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설립과 관련한 사안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각종 예산과 입법 등을 담당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등에게 집중됐다. 후원금이 제공된 시기 국회에는 유료방송 관련 합산규제법, 인터넷은행 관련 은행법,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 비전 합병 문제, 황창규 회장의 국회 출석 등 KT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경찰은 이런 현안 업무에 대해 국회와 완활한 관계 유지를 위해 후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후원금을 낸 것과 국회 논의 결과 사이에 대가성이 뚜렷하게 입증되지는 않아 뇌물로 보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0대 총선 직후인 2016년 하반기에 1억~2억원 가량의 후원금이 집중됐다”며 “총선 전에는 주로 대관부서 임직원 명의의 후원이 있었지만, 20대 총선 이후엔 사장을 포함해 고위 임원들도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T는 임직원 명의 후원금을 내고 나면, 이를 받은 국회의원 후원회에선 입금된 돈이 KT의 후원금인지 알 수 없으므로 대관부서 직원들을 동원해 이 사실을 의원실 쪽에 전했다. 후원금의 출처가 KT쪽인 것을 알고 이를 거부한 의원실은 소수에 그쳤다.

경찰은 후원금을 받은 99개 의원실 보좌관과 회계책임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모두 조사했지만 돈을 받은 의원실의 정치자금법 위반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불법 정치자금임을 알면서도 후원금을 받았다면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대부분 경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후원회 계좌로 입금돼 KT 법인자금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일부 의원실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후원금을 KT에 반환했다.

앞서 경찰은 2017년 11월 불법 정치후원금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뒤 KT 본사, 광화문지사 등을 총 5차례 압수수색해 범행과 관련한 보고문서, 후원회 계좌 및 선관위 보고자료, ‘상품권 깡’과 관련한 회계자료 등 증거를 확보했다. 또 황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 174명을 상대로 대규모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6월과 황 회장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불청구했다. 이후 보강수사를 벌여 9월 황 회장을 제외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지만 이 역시 검찰이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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