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신년 국정연설도 셧다운?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미 하원의장 “경비 인력 차질…연기하거나 서면으로”

셧다운 종료 압박…공화당 “대통령 인정 않는 것” 반발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법안에 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법안에 관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충돌이 오는 29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로까지 번졌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경호 공백을 이유로 국정연설 연기 또는 연설문 서면 제출을 요청한 것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셧다운 26일째인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정연설의 경비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비밀경호국과 국토안보부가 (셧다운에 따른) 연방 공무원 일시 해고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비 우려를 고려할 때 만약 이번주에 연방정부가 다시 문을 열지 않는다면 정부 업무 재개 이후에 적절한 날을 잡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29일에 서면으로 의회에 국정연설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1977년 현행 예산시스템 도입 이후 셧다운 기간에 국정연설이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하원의장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의 공동 초청 형식으로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이뤄진다. 양원 의원들은 물론 사법부 주요 인사들과 행정부 장관들도 참석한다. 연설은 방송 메인 시간대인 오후 9시에 시작되며 주요 방송사에서 생중계한다. 하지만 의회에서의 연설이 헌법 사항은 아니다. 19세기까지 국정연설은 서면으로 의회에 전달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챌린저호 폭발 사건 때문에 1986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보안을 이유로 들었지만 국정연설을 무기로 셧다운 종료를 압박하려는 뜻이 있어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펠로시 의장의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프라임 타임 TV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의 필요성을 주장할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국정연설을 탈선시키려는 펠로시의 시도는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도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공화당은 펠로시 의장의 서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화당이 원내 다수였을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초대를 한 번도 취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안 담당 부처인 국토안보부의 커스텐 닐슨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은 국정연설을 지원하고 안전을 확보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즉각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트위터에서 국경장벽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펠로시는 왜 봉급을 받고 있나”라며 “정치적 게임을 중단하고 셧다운을 끝내라”고 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셧다운으로 무급으로 일하는데 펠로시 의장은 세비를 받는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부각시킨 것이다. 장벽예산 확보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이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