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군사재판은 불법”…재심서 공소기각 판결, 수형인 18명 사실상 ‘무죄’

박미라 기자

제주4·3사건 당시 군법회의로 형을 언도받고 옥살이했던 생존 수형인 18명이 71년 만에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당시 군사재판은 불법적인 절차에 의한 것으로, 공소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임창의씨(99·여) 등 제주4·3 생존수형인 18명이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에 따라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에 위반해 무효일 때 해당한다. 즉, 소송절차에 문제가 있는 만큼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공소기각 이유는 공소장, 판결문 등 당시 재판기록이 없어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고, 당시 군법회의가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1948년과 1949년 민간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군사재판과 관련한 기록은 수형인 명부가 전부다. 재심 자체가 가능한지를 놓고 재심 개시 결정 때부터 이목을 끌었었다.

재판부는 “수형인 명부와 군집행지휘서 등 수형관련 문서 등에는 피고인들의 죄명과 적용법조만 기록돼있을 뿐 공소장이나 판결문 등 구체적인 어떠한 공소사실로 군법회의에 이르게 된 것인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다”며 “검사가 공소사실을 복원했으나 제주4·3사건에 관한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정도에 불과하고, 피고인의 진술내용을 일부 삽입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구국방경비법에 의하면 고등군법회의에 피고 사건을 회부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교 중 임명된 예심조사관에 의해 예심조사, 법무심사관의 심사 등을 거쳐야 하고, 검찰관은 피고인에게 기소장의 등본을 송달해야 한다”며 “하지만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재판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고 재심사건의 소송기록 어디에도 예심조사 또는 기소장 등본의 송달이 이뤄졌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1948년 군법회의는 25일 동안 12차례가 열려 871명의 민간인이, 1949년 군법회의에서는 15일 동안 10차례가 열려 1659명의 민간인이 재판을 받은 점 역시 개개인에 대한 예심조사나 기소장 등본송달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도 지난해 12월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했다.

18명의 생존 수형인과 재심 청구를 추진했던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는 “사법부에 의해 군사재판은 불법이었음을 인정받은 것이고, 이는 국가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행위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한 것”이라며 “정부는 4·3불법군사재판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국회는 4·3특별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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