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인한 원심력 줄이기…독일·프랑스는 유럽 통합 행보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운영자
[글로벌 시시각각]브렉시트 인한 원심력 줄이기…독일·프랑스는 유럽 통합 행보

‘재미없는 다큐멘터리의 나라에서 막장 드라마의 나라로.’

영국에서 펼쳐지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논란을 보면서 떠오른 상념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모국으로 정치적 안정을 누려 예측 가능하다고 여겨져왔던 영국에 대한 시각을 180도 바꿔놓는 데 브렉시트 논란만큼 확실한 게 없다. 2016년 6월23일 영국 유권자들이 3.8%포인트 차이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브렉시트가 될 것인지, 그리고 된다면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질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완전한 탈퇴를 주장하는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탈퇴 후의 장밋빛 환상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국민투표가 야기한 불확실성 때문에 2017년 영국은 단일 화폐인 유로존보다 경제성장률이 0.7%포인트 정도 뒤처졌고 2020년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될 듯하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16일(현지시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의 EU 잔류 의견은 56%로 탈퇴 의견 44%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의 뜻을 존중해 빨리 탈퇴해야 한다고 억지를 부린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였던 EU 잔류·탈퇴에 관한 두 번째 국민투표 요구는 그 가능성이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최후의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

제1야당인 노동당이 밀어붙였던 테리사 메이 총리 불신임 표결은 여당인 보수당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EU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영국과의 탈퇴조약 재협상은 없고,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선언 등을 통해 하드 브렉시트파들이 우려하는 백스톱(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국경통제없음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선까지 양보할 요량이다.

하원은 일단 몇 개 수정안을 통해 탈퇴조약을 비준하지 못해 튕겨져 나가는 ‘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자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나 제2국민투표와 같은 어떤 안도 현재는 의회 과반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탈퇴 마감시한인 3월29일을 연장하지 못하고 의회가 논란을 지속할 경우 노딜 브렉시트가 자동차 사고처럼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최소한 몇 주는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한 채 메이 정부는 EU와 재협상에 주력할 터이다. 하원은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로 나뉘어 격렬한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국민투표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를 바꿔 국민투표 재실시로 입장을 선회한다면 국민투표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진다.

메이 총리도 EU, 그리고 당내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다가 막판 선택지에 몰리면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그래도 다시 한번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탈퇴시한 마감에 임박해서 EU에 시한 연장을 요청할 것이고 EU도 이를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제 정치·경제는 흥미진진한 브렉시트의 불확실성을 지켜봐야 하지만 EU는 브렉시트 문제에 함몰돼 있지는 않다. 브렉시트가 야기할 원심력을 저지하기 위해 유럽 통합을 선도해온 독일과 프랑스는 그동안 유로존 개혁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일부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2차 대전 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세웠으나 앞장서 이를 허물어뜨리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공동 대항하기 위해 양국은 오는 22일 아헨조약에 서명한다. 이 조약은 1963년 체결돼 양자협력을 제도화한 엘리제조약을 대체한다. 향후 공동안보와 국방·이민·기후변화 등 거의 모든 분야로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고 강화하려 한다. 또한 양국 관계의 협력을 EU 차원으로 확대해 통합을 더 진전시키고자 한다.

브렉시트 또는 노딜 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지난 16일 정부 발표대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초래할 국제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의 통상환경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라는 또 다른 불확실성과 상호작용해 ‘초불확실성’이 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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