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시효’ 때문에 책임 묻지 못한다?

이혜리 기자

속속 드러나는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

‘징계 시효’ 때문에 책임 묻지 못한다?

임종헌 공소장 수십명 등장
3년 지나면 내부 제재 못해
대법원장은 추가 징계 손 놔

검찰이 사법농단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을 추가 기소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재판 민원이 확인됐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속전속결로 반영한 현직 법관들 면면도 드러났다. 하지만 ‘징계 시효’ 때문에 이들 법관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안팎에선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해 추가 징계 청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검찰의 임 전 차장 공소장을 보면,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수행한 판사들이 여럿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3월 서기호 전 의원 소송을 빨리 종결하라는 요구를 임 전 차장에게서 받고 곧바로 재판장에게 알린 조한창 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다. 조 수석부장판사 말을 듣고 바로 기일을 잡은 뒤 소송을 종결한 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도 있다. 서울고등법원과 대구고등법원에 근무하는 현직 법관들이다.

2015년 5월 당시 문용선 서울북부지방법원장은 서영교 의원의 지인 아들(강제추행 혐의 기소) 재판 청탁을 담당 법관에게 전달했다. 그는 “법원행정처에서 연락이 왔다. 막아줘야 하는데 미안하다”면서 청탁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전 법원장도 서울고등법원에 근무 중이다.

이들은 재판개입을 알면서도 방조했다는 점에서 법관 독립 침해의 공범이지만 임 전 차장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대상이기 때문에 기소될 가능성은 낮다.

징계 시효 때문에 법원 내부 징계도 어렵다. 법관징계법에 정해진 징계 시효는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3년’이다. 3년이 지나면 대법원장은 징계를 청구하지 못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추진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때는 2015년이다. 임 전 차장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중 상당수는 3년이 넘었다.

서기호 전 의원과 서영교 의원 관련 사건에다 2015년 2월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 문건을 작성한 김종복 당시 사법정책실 심의관, 2015년 1월 법관 사찰 보고서를 작성한 나상훈 당시 기획조정실 심의관의 사례도 3년이 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3년이 임박한 사건들이라도 김 대법원장이 신속하게 추가 징계 청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주요 인물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다음달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게 됐다. 탄핵소추해야 할 인물로 지목됐지만 국회 탄핵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이 법원을 나가게 됐다. 이 전 상임위원은 탄핵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법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3개월이 됐지만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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