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치가 문제다
지역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큰 뜻을 품은 이들이 좋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 나는 선뜻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권한다. 처음 책을 접하면 650쪽에 달하는 두께에 질릴 법도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정치, 경제, 역사를 넘나드는 작가의 통찰력에 순식간에 빠져든다.
작가의 주장은 매우 간단하기에 더 명료하다.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는 국가 발전을 불러오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는 것이다. 특히 착취적인 정치제도하 엘리트들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는데, 그들은 창조적 파괴를 수반하는 혁신을 거부한다.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은 더욱더 착취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경제적 번영의 길은 포용적 정치제도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2019년도 예산안의 기조인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와 일맥상통한다.
지방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개방적인 시스템과 포용적인 사회 분위기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지역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전입주민과 원주민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단체 간의 갈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경우를 여러번 보아왔다. 여러 계층의 사람을 대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 책을 접한 독자라면 ‘정치가 문제’라는 명절날 단골 가십거리가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을 제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창조적인 파괴와 혁신의 과정에 ‘사람’의 가치가 경시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사람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결국엔 ‘정치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