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문화

영화 `주먹왕 랄프2: 인터넷 속으로` 디즈니의 역대급 성장 영화

입력 : 
2019-01-16 10:04:02

글자크기 설정

인간의 다섯 가지 감정을 의인화한 ‘인사이드 아웃’(2015), 동물 세상을 인간 사회로 표현한 ‘주토피아’(2016)에 이어 디즈니가 또 기발한 상상력을 펼쳐 냈다. 춘리와 장기예프 등 추억의 게임 주인공과 ‘백설공주’(디즈니), ‘아이언맨’(마블) 등 실사와 애니메이션 속 역대 주인공들을 총집합한 판권 자랑이 112분 동안 펼쳐진다. 그러나 서사는 매우 정돈돼 있다. 만화라고 가볍게 극장에 들어갔다가 ‘진정한 인간관계’, ‘인터넷 세상의 폐해’ 등에 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사진설명
각종 사고를 치며 게임 속 세상을 뒤집어 놨던 절친 ‘랄프’와 ‘바넬로피’는 오락기 고장으로 자신들의 세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부품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세상에 접속한다. 그곳에서 랄프는 얼떨결에 올린 동영상으로 순식간에 스타가 되고, 스릴 만점 슬로터 레이스 게임에 참여하게 된 바넬로피는 지금까지의 세상에선 경험한 적 없는 재미에 심취하고 랄프 대신 롤 모델 섕크에게 빠져든다. 2012년 8비트 게임 속 악당을 주인공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 ‘주먹왕 랄프’가 “전편의 품위를 지켜 낸 센스 있는 속편!”(-Slashfilm)이라는 평을 얻으며 2편으로 돌아왔다. 북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주토피아’와 ‘코코’를 뛰어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이어 1월8일 현재도 블록버스터들을 누르고 1위를 수성 중이다. 2012년 ‘주먹왕 랄프’와 2016년 ‘주토피아’에서 감독과 각본가로 만나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던 리치 무어와 필 존스턴이 이번에도 공동 연출을 맡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추억의 게임들과 함께 와이파이 망을 타고 들어간 주인공들이 ‘구글’, ‘이베이’,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제 사이트들이 건물로 표현된 인터넷 세상을 접하는 장면. 인터넷에 접속한 네티즌들의 IP를 ‘넷유저’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한 것을 비롯, 이들이 검색 엔진을 통해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운송 차량이 나타나 사이트까지 이동시키는 아이디어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타고 흐른다.

무엇보다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역대 14명의 디즈니 프린세스를 한 화면에 등장시킨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1937년 첫선을 보인 ‘백설공주’ 등 9명의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3D로 재탄생시키고, 당시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을 모아 각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 대사를 연기한 것도 백미. 공주들의 등장 외에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베이비 그루트’,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 ‘토이 스토리’의 ‘버즈’,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 ‘주토피아’의 ‘닉’ 등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총 출연한다. 얼마 전 타계한 마블의 대부 스탠 리를 온라인 미니미로 구현하고, 디즈니가 아닌 픽사 애니메이션 출신인 탓에 홀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메리다’까지 깨알 같이 구현한 것은 제작사의 완벽한 디테일. 특히 ‘원더우먼’ 갤 가돗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슬로터 레이스의 리더 섕크의 카리스마는 ‘진정 쿨함’이 뭔지 보여 준다.

게임 속 세상에선 오히려 영혼 없는 좀비처럼 묘사된 인간 유저들이 재미를 찾아 몰렸다가 금방 싫증 내고 옮겨가는 모습, 이슈가 될 만한 동영상이면 희화화하든 베끼든 무엇이든 클릭 수부터 올리고 보는 동영상 사이트 ‘버즈튜브’의 운영자 ‘예쓰’, 개인 정보 암거래 등 실제 세상의 다크 웹을 바이러스 암거래장으로 표현한 ‘다크넷’ 등 인터넷의 어두운 면모를 그려 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기를 위해서라면 베끼면 어때”, “절친이라고 꿈이 같을 순 없어”, “소중하다고 해서 소유하려고 하면 안돼”라는 영화 속 대사들도 생각할 여지를 던져준다. 주인공 바넬로피의 성장담이자, 다크웹까지 구현한 인터넷 세계의 명과 암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다. 두 개의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말자.

[글 최재민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3호 (19.01.22)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