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추억의 게임들과 함께 와이파이 망을 타고 들어간 주인공들이 ‘구글’, ‘이베이’,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실제 사이트들이 건물로 표현된 인터넷 세상을 접하는 장면. 인터넷에 접속한 네티즌들의 IP를 ‘넷유저’라는 캐릭터로 의인화한 것을 비롯, 이들이 검색 엔진을 통해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운송 차량이 나타나 사이트까지 이동시키는 아이디어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타고 흐른다.
무엇보다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역대 14명의 디즈니 프린세스를 한 화면에 등장시킨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1937년 첫선을 보인 ‘백설공주’ 등 9명의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3D로 재탄생시키고, 당시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을 모아 각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한 대사를 연기한 것도 백미. 공주들의 등장 외에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베이비 그루트’, ‘스타워즈’의 ‘스톰트루퍼’, ‘토이 스토리’의 ‘버즈’,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 ‘주토피아’의 ‘닉’ 등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총 출연한다. 얼마 전 타계한 마블의 대부 스탠 리를 온라인 미니미로 구현하고, 디즈니가 아닌 픽사 애니메이션 출신인 탓에 홀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메리다’까지 깨알 같이 구현한 것은 제작사의 완벽한 디테일. 특히 ‘원더우먼’ 갤 가돗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슬로터 레이스의 리더 섕크의 카리스마는 ‘진정 쿨함’이 뭔지 보여 준다.
게임 속 세상에선 오히려 영혼 없는 좀비처럼 묘사된 인간 유저들이 재미를 찾아 몰렸다가 금방 싫증 내고 옮겨가는 모습, 이슈가 될 만한 동영상이면 희화화하든 베끼든 무엇이든 클릭 수부터 올리고 보는 동영상 사이트 ‘버즈튜브’의 운영자 ‘예쓰’, 개인 정보 암거래 등 실제 세상의 다크 웹을 바이러스 암거래장으로 표현한 ‘다크넷’ 등 인터넷의 어두운 면모를 그려 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기를 위해서라면 베끼면 어때”, “절친이라고 꿈이 같을 순 없어”, “소중하다고 해서 소유하려고 하면 안돼”라는 영화 속 대사들도 생각할 여지를 던져준다. 주인공 바넬로피의 성장담이자, 다크웹까지 구현한 인터넷 세계의 명과 암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다. 두 개의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말자.
[글 최재민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3호 (19.0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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