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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itylife 제663호 (19.01.22) BOOK

입력 : 
2019-01-16 1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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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하경제 추적기 『나는 세계 일주로 돈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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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갤리온 펴냄
여행하는 경제학자가 돌아왔다. 억대 연봉을 받던 런던의 애널리스트 코너 우드먼이 치열한 경쟁과 협상의 현장을 찾아가 쓴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는 국내에서만 16만 부가 팔렸고, 거대기업이 전세계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탐험한 『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배웠다』는 6만 부가 팔린 히트작이 됐다. 범죄는 화려한 관광지나 유명 도시에서 가장 기승을 부린다. 첫 여행지는 미국 뉴올리언스. 이곳에선 사기도박 ‘레즐데즐’이 성행한다고 알려졌다. 술 취한 표적을 스트립 댄서와 문지기들이 골라내, 번화가 버번 스트리트의 상점 뒤 밀실에서는 하룻밤에 수만 달러를 털어먹는 도박을 벌이는 것. 거리의 카드 마술사는 경고한다. “그 게임은 진짜 위험해요. 머리에 총을 겨누고 모든 것을 잃을 때까지 게임을 계속 시킨다는 얘기가 있어요. 더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요.” 더한 일이란 강에 던져지는 신세가 되는 것이었다. 정작 실체를 만나는 일은 힘겨웠다. 좀도둑도 깡패도 도박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거나 떠나라는 경고만 했다. 그는 거리의 댄서에서 팁을 300달러나 찔러 준 뒤 힘겹게 도박장에 잠입했다. 야구방망이를 든 남자는 총을 건넸다. 6분의 1 확률의 러시안 룰렛을 두고 그들은 ‘흰둥이 관광객용 레즐’이라 불렀다. 1000달러의 판돈을 순식간에 잃고 그는 거리 밖으로 쫓겨났다. 그날 밤 뉴올리언스 거리의 법은 의미 없는 형식일 뿐이었다. 우드먼의 목숨을 건 여행은 사기꾼의 도시 뭄바이와 새롭게 뜨는 대마초 시장 영국 버밍엄, 엉터리 역사유물을 파는 예루살렘, 푼돈에도 암살이 일어나는 콜롬비아 보고타까지 이어진다. 죽음을 숭배하는 도시 멕시코시티에선 단돈 1000달러를 벌기 위해 택시에서 납치해 길거리에 버리는 ‘신속 납치’가 횡행한다. 그는 미끼가 되려 했다가 전재산을 잃고 죽을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스페인에서는 소매치기 일행과 함께 다니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지하경제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다. 세계 노동 인구의 절반인 18억 명이 암시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전 세계 범죄 기업의 수익은 세계 500대 기업 중 50대 기업의 수입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탈리아, 러시아, 일본, 중국의 범죄 기업 수익만을 합쳐도 1조 달러(1130조)에 이른다. 많은 범죄자들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고는 그저 일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확실히 범죄는 돈이 된다. 그리고 그 돈은 모두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나는 당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항상 기억하라. 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또 그 돈 때문에 사람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잔혹한 여행이 흥미로운 건 자조적 유머를 구사하는 작가의 문체 덕분이다. 책을 덮으며 제목을 다시 달아주고 싶었다. ‘나는 세계 일주로 검은 돈을 보았다’라고. ▶오늘 하루도 견디느라 고생했어요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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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지음/ 생각정거장 펴냄
“오랜 시간 동안 우울하고 무기력했던 제가 하루에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 시작하고, 그걸 스스로 칭찬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일어났어요.” 우울증을 오래 앓던 동화 작가 조제는 우연히 SNS에 올린, 우울할 때 나를 칭찬하는 글과 그림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작가 자신도 힘을 얻었다. 이 책은 아프고 지친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나아지길 바라며 쓴 ‘칭찬책’이다.

작가는 많이 우울할 때는 긴 글을 읽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우울할 때도 읽을 수 있는 짧은 글과 그림으로 자신이 느낀 것을 그려봤다. 첫 장의 부제는 우울한 나를 위한 칭찬책이다. “나는 오늘 낮에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참 잘했어요. 더 움직여 보아요.” “나는 오늘 밥을 두 끼나 먹었습니다. 정말 대단해요”라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별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한 이들에게도 “또 무얼 했나요? 아주 작은 일 하나만 해 보아요. 아무것도 못했어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못하는 걸 견디느라 고생했어요”라고 위로를 건넨다.

조금씩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나는 오늘 상사의 질책을 잘 들어 넘겼습니다. 힘들었겠어요. 푹 쉬어요”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한 이들을 위한 칭찬도 있다. “하루가 끝날 때쯤에는 자주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니에요. 잘못한 일은 없어요. 계속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거예요. 나는 잘못하지 않았어.”

작가는 “제가 마음이 아팠던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3호 (19.0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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