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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자를 원한다면 타인 의식한 지출을 줄여라…부자로 살 것인가 부자로 보일 것인가

명순영 기자
입력 : 
2019-01-16 10: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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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보이는 것의 차이가 무얼까. 한마디로 ‘현명한 소비’라고 생각한다.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끝까지 잘 살기 위해’ 더욱 현명하게 소비해야 하고, 노후를 위한 자금 또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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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인이 전한 얘기. 그는 수백억 원대 부자인 대학 선배와 골프를 나갔다. 그런데 이 선배는 틈만 나면 나무와 수풀 사이를 돌아다니며 ‘로스트볼’을 찾기에 바빴다. 매 홀마다 버려진 공을 찾으러 다니길래 물었다. “아니, 돈도 많으신 분이 새 공 쓰시지 뭘 그렇게 헌 공을 찾아 다니십니까?”

그의 답은 이랬다.“아깝자나~.”

선배가 대답하는 순간, 그의 장갑을 봤다.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낡고 헤진 것처럼 보였다.

후배 지인은 한마디 더 던졌다.

“장갑 좀 새로 사세요. 장갑 가격 얼마 안 해요. 돈 벌어서 다 뭐합니까?”

돌아온 대답은 명쾌했다. “아직 쓸만해~.”

이 선배는 전자제품을 하나 살 때도 온라인마켓을 샅샅이 뒤진다. 가능하면 저렴하게 사기 위해서다. 그는 오래된 외투를 입고 단골 식당에서 소박한 식사를 즐긴다. 겉으로 봐서는 작은 빌딩을 갖고 있고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상당한 부자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선배를 궁상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돈을 벌면 뭐하나 쓸 줄 알아야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선배가 자린고비처럼 돈을 안 쓰는 게 아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금을 1억 원 이상 낸 사람에게 부여하는 ‘아너소사이어티’ 멤버다. 또 후배에게는 아낌없이(?) 밥을 사는 선배로도 유명하다.

필자는 20년 가까이 경제·재테크 기자를 하며 부자들을 많이 만났다. 부자들 가운데 ‘과시욕’이 넘치는 이들도 있다. 명품으로 온통 도배하고 럭셔리 수입차를 몰고 고급 레스토랑만 다니는 그런 부류다. 그러나 단언컨대 대부분은 무분별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지출하는 비용만큼 효용이 있는지를 반드시 따진다.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더라도 좀더 싼 방법은 없는지 찾아본다. 삶을 누리면서도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인 셈이다.

허세를 부려서는 부자가 되기 힘들다. 수입차가 그 사례일 수 있을 것 같다. 집 하나 변변히 장만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봉의 2배가 넘는, 보험 등 관리비가 상당히 필요한 수입차를 몰고 다니면 돈을 언제 모을 수 있을까 싶다. 집은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지만 자동차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산을 갖게 되면 부자로 살고 소모품을 갖게 되면 부자로 보이는 삶을 살게 된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주창하며 미래를 위해 자산을 축적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집을 장만하느라 평생 고생하는 대신 멋진 차를 타고 다니며 즐기겠다는 방식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도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욜로’를 외치며 소비에 나서더라도 ‘가성비’를 따질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남들보다 비싸게 지불할 필요는 없으니까. 수입차를 사더라도 최대한 싸고, 최대한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게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한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인증샷을 위해 고급 레스토랑을 찾고, 과시를 위해 실용성보다 브랜드만 따져 명품을 구입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평생 꾸준하게 수입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를 졸업하고 은퇴할 때까지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돈을 벌 때야 ‘욜로’를 쉽게 외칠 수 있겠으나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인생을 즐기기가 쉽지 않아진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3호 (19.0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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