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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짧지만 질 높은 힐링을 추구하다…패스트힐링을 주목할 때!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1-16 10: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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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에 따르면 2019년 현대인들에겐 ‘패스트힐링(Fast healing)’ 문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큰 시간, 큰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것이 일종의 치유제가 되는 것이다.

일에 쫓겨 자신을 위한 시간이 없다는 뜻의 ‘타임푸어’,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워라밸’ 등은 모두 ‘일’과 ‘개인의 시간’에 관련된 신조어다. 이제는 시간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트렌드의 주축이 되고 있다.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그 어느 해보다 공감이 가는 때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부분의 시장은 직장인들의 출퇴근 전후, 주말 여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재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만일 이른 새벽 잠에 깨서부터, 다시 잠들기까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시간 사이사이를 양질의 힐링 콘텐츠로 채울 수 있다면 어떨까. 예컨대 사무실 책상이나, 소파, 계단 위가 아닌 적당한 조명, 포근한 침구가 있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최적의 수면 환경 속에서 잠을 자는 행위 말이다. 거창한 휴식이 아닌 잠깐의 ‘쉼’은 평상시 일의 효율성은 물론, 심리적인 만족감 또한 높여준다. 이에 시간과 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일상 속 소소한 휴식과, 제한된 시간 속에 확실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패스트힐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면 카페&잠을 잘 수 있는 영화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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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사회라 불리는 현대인들에게 낮잠을 권하며, 특히 직장인 들에게 낮잠 복지가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까지 제시하는 책 『오늘부터 나는 낮잠을 잔다』(정지은 저/위너북스 펴냄)
미국 뉴욕에선 점심시간에 받는 레이저스킨케어 서비스 ‘스킨런드리’가 성행하고 있고, 도쿄에선 빠르게 몸짱으로 만들어준다는 ‘초단기간 운동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패스트힐링 아이템을 고르자면 바로 ‘수면 카페’일 것이다. 패스트힐링이 부각되며 일본에서 유행한 수면 카페가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슬리포노믹스’, ‘시에스타(Siesta)’ 산업 역시 급증하고 있다. 직장인들이 짬을 내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부족한 것을 캐치해, 카페 내에 해먹, 침대, 칸막이 등이 설치된 소파 등을 설치한 것이다. 보통은 1시간 단위로 이용이 가능하며, 잠시 눈을 붙인 뒤에는 식사 시간을 놓친 고객들을 위해 간단한 음료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멀티플렉스 CGV 여의도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에스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평일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최대 90분간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용가격은 1만 원으로 리클라이너 좌석(180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시트)이 비치된 프리미엄관을 대여, 어두운 조명, 잔잔한 음악 등 속에서 음료, 담요, 슬리퍼까지 제공한다. 2년간 운영해온 이 서비스는 기꺼이 점심시간을 할애해 양질의 수면을 보장받고 피로를 풀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수요가 잇달아 시행 초기 대비 이용률이 65%나 증가했다. 커피 한 잔, 또는 영화를 보는 가격으로 이곳에서 휴식을 구매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시에스타 운영은 2019년 2월28일까지 임시 중단, CGV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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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와 세탁소로 변신한 지하철

서울 지하철 7호선 반포역.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곳에 건강과 일상을 추구하는 공간이 생겼다. 반포역 내 디지털 시민 안전체험관 개관에 이어 지하철 안전 홍보관, 헬스&라이프 케어존이 차례대로 문을 연것. 역 주변의 특징이 주거 밀집 지역이라는 것을 토대로,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던 역 상가를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개발한 공간이다.

헬스&라이프 케어존은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피트니스 센터, 스터디 카페, 여행사 운영 여행 정보 카페, 무인 세탁소 등이 입점해 있다. 반포역 무인세탁소 ‘어반 런드렛’(Urban Launderette)은 ‘아침에 맡기고, 저녁에 찾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만큼 쉽고 빠르게 찾는다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방법 역시 쉽다. 키오스크로 결제를 한 후 보관함에 세탁물 투입, 이후 빨래, 건조, 폴딩이 된 빨래감을 24시간 내 재방문 해 수령하기만 하면 끝이다. 스터디 카페 ‘온더데스크’은 스터디존, 캠퍼스존, 휴게존으로 구성돼, 일정 시간 동안 공부와 휴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자세 측정과 체력 측정, 신체부위별 운동 효과를 높이는 기구로 짧은 시간 내 효율적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베네핏’ 역시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시설이 다. 이러한 서비스 공간이 대중교통과 결합되자 1인 가구에겐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 집안일이나 일상 여가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심 속 힐링

요즘 공간 마케팅에서도 패스트힐링 바람이 불고 있다. 앞서 설명한 수면 공간을 비롯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레저형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굳이 바다에 나가지 않더라도 실내 낚시 카페에 가서 충분히 손맛을 느낄 수 있고, 스크린 야구, 양궁, 사격 스포츠는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체험, 데이트 코스로 꼽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 근교나, 한강에서나 즐길 수 있었던 캠핑 역시 도심 한복판에서도 즐길 수 있다. 텐트를 치고 그 앞에 놓여진 캠핑 의자에 앉아 사람들과 바비큐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캠핑 콘셉트의 가게나, 게스트하우스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큰 시간과 품을 들이지 않고도 도심 가까운 곳에서 특별한 패스트힐링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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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배달됩니다, 물론 디저트도! 음식이야말로 제한된 시간 속, 적은 비용에서도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에도 밥보다 비싼 디저트 집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여기에 바쁜 현대인들의 편의를 보장해주는 욕구가 합쳐지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제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빵 프랜차이즈 중에서 뚜레쥬르와 파리바게뜨가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디야커피, 카페베네, 설빙, 투썸플레이스 등의 커피 전문점도 요기요, 배민 라이더스 등 대표 배달앱 업체와 제휴해 배달 서비스 시장에 합류했다. 이제는 충무로에서도 을지로에 위치한 유명한 샐러드 가게의 메뉴를 이동 시간, 웨이팅을 고려하지 않고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됐고, 지방 유명 빵집의 디저트도 사전 주문 시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받아서 맛보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예시 외에도 집에서 힐링케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들도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온열기능을 추가하거나 뇌 피로를 해소해주는 안마의자, 홈브루잉이 가능하게 하는 캡슐맥주 제조기, 홈 시네마를 가능케 하는 최첨단 스크린 등 높은 금액대의 제품군임에도 수요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중이다. 패스트힐링이 짧은 시간 내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찾고자 하는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휴식 문화로 정착하며 관련 시장 역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포토파크, 서울교통공사, 위너북스, 삼성전자, 배달의민족 홈페이지 캡쳐 참고 『2019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KOTRA 저/ 알키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3호 (19.01.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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