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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24) h450 | 품격 높은 이탈리안 캐주얼 다이닝의 명소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9.01.14 09:10:55
  • 최종수정 : 2019.07.03 17:09:57
서울 압구정동에는 현대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동네 사랑방 같은 ‘숨은 맛집’이 있다. 먹자골목도 상가타운도 아닌, 도로가에 덩그러니 놓인 건물에 위치해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만 언제나 북적인다. 오픈 전부터 문 앞에 대기줄이 늘어서고 룸 예약은 적어도 2주 전에 해야 할 정도다. 점심에는 동네 주부 고객이 대부분이지만 저녁에는 젊은 데이트족이나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직장인도 꽤 눈에 띈다. 김형석 총괄셰프가 운영하는 h450 얘기다.

h450의 특징은 어느 요리든 싱싱한 식재료가 듬뿍 들어가 양과 풍미가 풍부하다는 것. 기본적으로 ‘동네 장사’인 만큼 인심이 후할 수밖에 없단다. 시그니처 메뉴들만 봐도 이런 콘셉트가 확실하다.

일단 h450에 가면 테이블마다 빠지지 않고 꼭 보이는 요리가 있다. h450의 최고 시그니처 요리인 ‘시금치 새우 파스타’다. 원래 시금치 크림은 미국에서는 로스트 비프의 ‘찍먹’용 디핑소스였다. 김형석 셰프는 이를 파스타용으로 재해석, h450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하는 인기 메뉴로 만들었다.

“시금치는 다른 채소에 비해 두툼하고 특유의 ‘건강한 단맛’이 있어 요즘 많이 쓰이는 웰빙 식재료예요. 다른 곳은 주로 냉동 시금치를 사용하지만 h450은 항상 국내산 생시금치를 씁니다. 그래야 탁하지 않고 진한 초록빛이 나오거든요. 여럿이 와서 나눠 드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금치 새우 파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하는 것은 ‘게살 리소토’다. 100% 영덕게를 쓰는데 게살을 잘게 썰어 넣어 얼핏 보면 게살이 들어간 줄도 모르겠다. 그윽한 밥의 풍미에서 게살맛이 진하게 느껴질 뿐. 레몬즙과 트러플(송로버섯) 오일이 들어가 깊은 맛이 극대화된다. 통으로 올린 굵직한 관자는 씹는 맛을 담당한다. 밥은 리소토 전용 쌀이 아닌, 현미와 보리, 흰쌀을 섞어서 짓는다. 세 가지 곡식을 모두 따로 조리하는 것이 포인트. 각각에 맞는 익힘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역시 양이 넉넉해 나눠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풍기피자’도 대표 메뉴다. 토마토소스 대신 양송이버섯 페이스트를 바른 도우 위에 양송이, 표고, 황금송이, 새송이 등 다양한 생버섯을 듬뿍 올려 화덕에 굽는다. 버섯의 풍미가 진동할 수밖에 없다.

“보통 화덕피자 도우의 숙성 기간은 2일인데 h450은 4일이어서 맛이 깊습니다. 도우는 발효될수록 퍼지게 돼 피자가 동그란 모양이 아닌 게 특징이죠. 슬라이스해서 토핑으로 얹는 양송이버섯은 모두 A급만 씁니다. A급이 아니면 변색이 심해서 먹음직스러운 새하얀 빛이 유지되지 않아요.”

‘h450 버거’는 또 어떤가. 패티에 국내산 1+한우 등심과 안심 외에는 첨가물을 하나도 넣지 않아 육즙 넘치는 고기맛이 생생하다. 패티 위아래에는 랜치소스와 바질페스토소스가 각각 뿌려져 새콤달콤한 깊은 맛을 자아낸다.

싱싱한 식재료 듬뿍…양·풍미 가득

h450은 디저트도 직접 만든다. 국내산 당근 함량이 40%에 달해 맛이 진한 ‘캐럿 케이크’가 시그니처 디저트다. 당근과 호두가 듬뿍 들어간 빵 위에 크림치즈 프로스팅이 함박눈처럼 덮여 있다. 그리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큰 그릇에 가득 담긴 신선한 채소 위에 흑미와 서리태콩이 얹어진 웰빙 샐러드도 색다른 조합의 맛이 인상적이다.

룸은 총 4개인데 홀을 포함해 예약은 전체의 60%만 받기에 예약이 다 찼어도 일찍 가면 현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룸 3개를 터서 30명 넘게 들어가는 대형 룸을 만들 수도 있다. 이 덕분에 저녁식사와 함께 PPT 발제를 하는 비즈니스 고객도 있었다고. 룸 예약비나 최소 주문 금액은 따로 없다.

와인 리스트는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교체한다. 접근하기 편한 낮은 가격대부터 최대 10만원대로 구성돼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전문 소믈리에를 포함, 직원들의 프로페셔널한 와인 서비스로 정평이 났다. 저녁 손님 두 테이블 중 하나당 와인을 곁들일 정도. 콜키지는 병당 2만원이다. 맥주 프로모션도 활발하다. 독일 밀맥주 바이엔슈테판에 맞는 요리를 계절마다 바꿔서 제안한다. 안주 요리를 주문하면 300㎖ 맥주가 무료 제공된다. 총 5가지 요리와 디저트로 구성된 점심 코스는 4만9000원, 7가지인 저녁 코스는 7만2000원이다.

인터뷰 | 김형석 h450 총괄셰프

“내 요리 철학은 ‘누가 먹어도 행복한 음식’ ”

김형석 h450 총괄셰프는 원래 광고학을 전공했다. 유럽 배낭여행 중 유난히 마음에 든 프랑스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며 눌러앉았는데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다가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됐다. 프랑스 요리교육기관 르꼬르동블루에서 공부하고 브리스톨호텔과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을 거쳐 h450·h541·h123 총괄셰프로 부임했다. h는 의자 모양을 뜻한다. 의자처럼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Q. h450(압구정점) 외에도 h541(판교점), h123(송도점)도 운영한다. 지점 간 차이가 있나.

A h450은 서울 강남에 있고 룸도 많아 비즈니스 미팅에 가장 적합하다. h541과 h123은 가격이 더 저렴하고 메뉴도 차별화했다. 가령 h541은 ‘알리오올리오 오일 파스타’를 곱빼기로도 제공하는데 세 명까지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아 반응이 좋다. 달콤한 샐러드를 얹은 ‘샐러드 피자’도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다. h123은 주말에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세트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테이크아웃용 샌드위치도 잘 나간다.

Q. 자신만의 요리 철학이 있다면.

A 고급스러운 파인다이닝부터 길거리 음식까지 식사의 수준이 갈리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음식일 뿐이고,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음식으로 수준을 가르기보다 누가 먹어도 행복한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다.

Q. 향후 레스토랑 운영 계획을 말해달라.

A 1월 11일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라이프스타일 와인 매장 ‘와인웍스’ 오픈을 앞두고 있다. 와인 판매는 물론 와인과 곁들일 수 있는 코스 요리와 간단한 음식도 판매할 예정이다. 2020년 오픈하는 여의도 파크원 현대백화점에도 입점이 예정돼 있다.

2011년 오픈 이래 별다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8년 동안 지속 성장해왔다. 재방문 고객들의 꾸준한 사랑과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주신 분들 덕분이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난해까지는 신메뉴를 분기별로 내놨는데 올해부터는 재방문 고객들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새로운 코스 메뉴를 선보일 계획이다.

외국에 가보면 20대에 들렀던 유명 레스토랑이 나이를 먹고 다시 찾아도 그대로인 경우가 많더라. 트렌드를 좇지 않고 언제나 최고의 맛과 서비스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의자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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