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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계 뜨거운 감자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논란
주가 오르면 돈 버는 테마섹과의 '이상한 계약'

  • 류지민 기자
  • 입력 : 2019.01.14 09:11:49
  • 최종수정 : 2019.01.15 17:17:47
바이오 불모지에서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 개발이라는 역사를 써온 셀트리온의 성공 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금융당국의 매서운 칼날이 셀트리온을 정조준하고 있다.

2018년 제약·바이오 업계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이어진 회계조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회계 투명성과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자본시장에서는 바이오 불신론이 팽배해지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식 거래정지 조치를 벗어나자마자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가 바뀌었지만 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회계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2017년 상장을 앞두고 정밀감리를 받으면서 상장이 늦춰지는 등 회계처리를 둘러싼 압박을 받은 전례가 있어 투자자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 해명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테마섹과의 계약 내용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파장은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회계 논란이 마무리돼야 국내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2019년 새해 국내 바이오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셀트리온헬스케어 분식회계 논란의 쟁점을 짚어봤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의혹이 바이오 업계를 달구고 있다. 최근 테마섹과의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의혹이 바이오 업계를 달구고 있다. 최근 테마섹과의 계약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슈 1 고의적인 매출 부풀리기?

▷무형자산인 판권 매각이 영업활동인가

이번 금감원의 정밀 회계감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 간 거래가 발단이 됐다. 회계처리를 통해 적자가 뻔한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흑자로 만들었다는 의혹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8년 2분기 보유하고 있던 셀트리온 바이오의약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넘기고 받은 218억원을 매출로 처리했다. 이 독점 판매권은 과거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긴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당 분기에 1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매출이 아니었다면 영업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통상 사업 목적 외에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영업외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처리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218억원을 매출로 보느냐 영업외수익으로 반영하느냐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갈리는 셈이다. 금감원은 제품이 아닌 무형자산에 해당하는 판권을 매각한 것을 기업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 중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사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영업활동으로 인한 매출로 본다. 판권 매각 같은 경우는 매출로 잡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있다. 기술수출 계약을 비롯해 판권 매각대금을 매출로 잡는 것은 바이오 업계에서 흔한 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독점 판매권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 판권 자체를 파는 것도 당연히 영업활동으로 볼 수 있다. 매각대금을 매출로 잡은 것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회계처리”라고 주장했다.

이슈 2 독점 판매권 되판 이유는

▷과도한 재고자산 재평가 우려

또 다른 쟁점은 판매권 매각대금 218억원에 대한 가치 산정의 적절성 여부다. 셀트리온으로부터 공짜로 가져왔던 판권을 다시 되팔면서 수백억원의 수익을 낸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추가로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감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뿐 아니라 셀트리온까지 감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고의 분식회계 여부는 단순히 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 특수성 문제가 아니라 지배력 차원의 문제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도 함께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높게 산정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대 주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비율이 63.03%에 달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셀트리온은 계열사 간 밀어내기나 계약금 과다 책정 등의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번 금감원 감리는 단순 분식회계 문제만이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갑자기 왜 독점 판매권을 셀트리온에 되판 것일까. 기업 경영에서 한 분기 적자는 병가지상사로 볼 수도 있는 사안인데 이렇게 해서까지 흑자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실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8년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한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한 분기 영업적자 때문에 굳이 무리해서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과도한 재고자산 때문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셀트리온이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계속 사들여야 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 창고에 1조8000억원어치의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 2017년 매출액이 9209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을 내느냐 손실을 보느냐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들고 있는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물건을 팔아 손해가 났다는 뜻이고 이는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를 팔아도 역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단순 적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슈 3 테마섹과의 숨겨진 계약

▷현금흐름 악화에도 자사주 매입 배경은

최근 드러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테마섹과의 계약 내용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지난해 12월 15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여러 의혹에 대해 홈페이지에 해명글을 게시했는데, 이 와중에 테마섹과의 숨겨진 계약 내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 이후 계약상 목표수익을 초과하는 수익을 달성할 경우 초과분을 테마섹이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나눈다는 것. 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기업가치, 즉 주가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통상 이런 계약을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언-아웃(earn-out)’ 방식이라 부른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에 대한 이견이 큰 상황에서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활용된다. 매수자의 안전성과 매도자의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우선은 낮은 가격에 딜을 성사시키고 향후 초과수익이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인수대금을 매도자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2011년 당시 셀트리온그룹은 사채까지 끌어다 써야 할 정도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등장한 테마섹은 구세주와 같았다. 테마섹은 저가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대신 초과수익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공유하는 조항을 넣었다. 알려진 대로 테마섹의 투자는 대박을 냈고, 테마섹은 지난해 3월과 10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얻은 수천억원대 시세차익 가운데 약 1000억원을 계약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지불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000억원에 달하는 금융수익을 당기순이익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이를 기존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는 누락시켜 공시하지 않다가 갑자기 늘어난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부랴부랴 해명글로 사정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이 계약이 관심을 받는 것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주가 방어를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할 뿐 아니라 재무제표상 어떻게든 흑자를 유지해야 함을 보여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흑자 유지가 안 되면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력한 패를 쓰기 어렵기 때문. 실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와중에도 자사주를 1000억원어치 사들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를 반등시켰고, 이에 테마섹은 기다렸다는 듯 지분 일부를 팔아치우면서 시세차익을 얻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이 주가 상승과 수익 간 상관관계가 없는 것과 달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테마섹이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많이 얻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라며 “주가 상승 자체로 이익을 보는 구조라면 기업이 과도하게 주가 부양에 매달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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