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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거 물갈이되는 中企·벤처 협회장
“혁신 나서라”…조홍래(이노비즈협회장)·정윤숙(여성경제인협회장)·박미경(여성벤처협회장) 추대

  • 강승태 기자
  • 입력 : 2019.01.14 09:12:03
  • 최종수정 : 2019.01.16 14:43:22
중소기업과 벤처, 여성기업인을 대표하는 수장이 대거 새로운 얼굴로 바뀐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약 10여개 단체 협회장이 올해 2월 말 일제히 임기가 만료된다. 이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은 추대 형식으로 새로운 협회장이 탄생했다.

올해 중소·중견·벤처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 시행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선출하는 단체는 한바탕 선거전 열기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단체는 인물난에 허덕이면서 조심스럽게 현 회장 연임이나 수석부회장을 추대하는 곳도 있다.

▶중기 대통령은 누가 될까

▷혼전 속 표심 잡기 안간힘

임기 만료를 앞둔 여러 단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중소기업중앙회다. 중기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대한상의·무역협회·경영자총협회·전경련)에 포함되는 자리다. 이 중 유일하게 선거로 회장이 뽑히는 자리기도 하다.

급여가 없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중기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우선 중기중앙회 부회장단 23명의 추천권을 지닌다. 360만명 중소기업인 대표로 정부 행사 참석 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대통령 주요 일정에 동행하고 유력인사가 먼저 찾아오는 자리다. 때로 중기중앙회장은 정치권으로 가는 등용문 역할도 한다. 역대 중기중앙회장 11명 중 6명이 국회의원이 됐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기중앙회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기중앙회장을 가리켜 ‘중소기업 대통령(중통령)’이라고 부르는 게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중기중앙회는 설 연휴 직후인 2월 7일과 8일 이틀간 후보자 등록을 마감한다. 후보들은 2월 9일부터 27일까지 3주간 공식 선거 운동에 들어간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치열한 물밑 선거전이 사실상 시작됐다는 평가다.

중기중앙회장은 협동조합 이사장 600명이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과반수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 1차 투표 결과 당선인이 없으면 최다수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에 대해 재투표를 실시한다. 협동조합 이사장이 투표권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이다. 즉, 중소기업 대표들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선거에서 이기는 핵심 전략이다.

이번 선거전은 올드보이와 새로운 인물 간 맞대결로 압축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7명.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중기중앙회 부회장),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이하 가나다순) 등이다. 이 중 김기문 회장(23~24대)과 박상희 회장(18~19대)은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이재광 대표는 25대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올랐던 이력이 있다.

각 후보들은 중기 발전 방향에 대한 공약을 제시하고 각종 포럼을 열며 회원사와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 중기 한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고 좀처럼 표심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며 “새로운 인물의 ‘바람’도 끝까지 무시할 수 없어 지금 당장 판세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되는 다른 단체들은?

▷후임 중견기업연합회장 오리무중

중기중앙회장 외에도 임기가 만료되는 단체가 여럿이다. 단체장 임기가 만료된 곳의 후임 선정 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차기 단체장이 사실상 낙점된 곳이다. 대부분 ‘수석부회장’이 자리를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성명기 이노비즈(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은 2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노비즈협회는 9대 협회장 후보자 등록 공고를 내고 모집에 돌입했다. 하지만 나서는 후보가 없어 결국 수석부회장인 조홍래 한국도키멕 대표를 차기 회장으로 추대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여성 경제인 단체인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2월 17일 한무경 회장이 임기를 마쳤다. 신임 회장으로 정윤숙 수석부회장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2016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정 회장은 산업용 세탁 전문기업 ‘우정크리닝’을 운영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여경협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며 “그동안 협회는 전체 사업체의 40%에 육박하는 139만 여성 기업과 함께 성장했다. 이제 양적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질적 성장을 이뤄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제11대 회장으로 박미경 수석부회장(포시에스 대표)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포시에스는 전자문서·리포팅툴 전문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윤소라 회장에 이어 제11대 회장을 맡게 된 박미경 수석부회장은 창업진흥원 비상임이사, 하이서울브랜드기업협회 부회장,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월 정기총회를 통해 회장 자리에 공식적으로 오를 예정이다.

코스닥협회는 정재송 수석부회장(제이스텍 회장)이 김재철 회장 바통을 이어받는다. 제이스텍은 인천 부평에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제조업체다.

반면 아직 후임 자리가 오리무중인 단체도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2월 임기가 만료되는 강호갑 회장에 이어 수석부회장인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이 새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문 회장이 수석부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누가 후임 회장을 맡게 될지 불투명해졌다. 중견련은 내부적으로 차기 회장을 물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 회장과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 등을 거론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경우에 따라 협회 규정을 바꿔 강 회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합회는 1월 중 차기 회장 추대와 관련한 회장단 회의·이사회를 개최하고, 2월 총회에서 후임 회장 인선을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임기도 2월 끝난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해 12월 5일 협회장 모집 공고를 내고 선발 절차에 들어갔다. 비공개로 진행 중이지만 안 회장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1월 말이나 2월 초 이사회를 열고 최종 후보를 결정한 뒤 2월 총회를 통해 협회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VC)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역시 2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 임기는 원래 2017년 2월까지였지만 회원사들의 간곡한 권유로 이 회장이 한 차례 연임했다. 그 임기가 올해 2월 끝난다. 벤처캐피탈협회는 더 많은 협회장 후보를 확보하기 위해 1월 모집 공고를 내고 13대 협회장 선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후보 모집이 끝나면 회장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는 최종 후보를 추려 2월 총회를 열고 새 협회장을 공식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1호 (2019.01.09~2019.01.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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