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신청 서비스 안내

[경제칼럼] 신남방정책 성공하려면 韓기업 역할부터 키워야

  • 입력 : 2019.01.14 09:50:54
지금으로부터 1여년 전인 2017년 11월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을 전격 선언했다.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를 만든다는 비전 아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아세안(ASEAN), 인도와 전면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2030년 인도와 아세안 시장이 인구 20억명, 국내총생산(GDP) 5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5대 경제권’으로 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고 정치적 방향도 제대로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중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구호가 필요했을지 모르겠다. 노무현정부의 ‘동북아 경제 중심’, 이명박정부의 ‘신(新)아시아 구상’, 박근혜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이 발표 당시 기준으로는 나름 아시아권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책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실상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제대로 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이런 정책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베트남과 인도를 비롯한 개별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통상 환경을 개선한 효과가 더 컸고,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신남방정책도 비슷한 경로를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까지 설치했다. 지난 1년간 정책 성과를 점검하고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이 위원회에서는 교류 증대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생의 경제협력 기반 구축, 평화롭고 안전한 역내 안보환경 구축을 신남방정책의 3대 목표로 제시하고 16개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첫 번째 목표 달성을 위해 ‘상호 방문객 확대’ 등 6개 과제가 선정됐고, 세 번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상·고위급 교류 활성화’ 등 5개 과제가 꼽혔다. 이 두 가지 목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관광객 수 등 일부 정량적 목표를 제시한 것 외에는 추진 과제 자체가 대부분 추상적이다.

이 선언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상생의 경제협력 기반 구축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정한 과제는 ‘무역투자 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강화’ ‘인프라 개발 참여’ ‘중소·중견기업 시장 진출 지원’ ‘신산업·스마트 협력을 통한 혁신성장 역량 제고’ ‘맞춤형 협력모델 개발’ 등 5가지다. 나름 심층적인 토의를 거쳐 선정했겠지만 다분히 일방적인 희망사항을 열거한 것에 그친다. 중국과의 교역·투자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우리 기업의 핵심적인 생산기지로 떠오른 베트남에서의 성공 요인이 무엇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유지될지, 인도를 포함한 아세안 주요국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상호 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고민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세안 국가와 인도가 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과의 협력관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업이 살길을 찾는 것이 상생이다. 거대 담론을 내세우며 공허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이미 8000개가 넘는 우리 기업들이 이 지역에 진출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진출할 것이다.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기업을 위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부터 추려나가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