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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시지가 인상은 징벌적 ‘세금 폭탄’

  • 김경민 기자
  • 입력 : 2019.01.14 09:55:12
정부가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뜨겁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이 최근 한국감정원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감정평가사들에게 고가 주택, 토지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라고 ‘구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세가 1㎡당 3000만원 이상, 즉 평당 1억원이 넘는 고가 토지는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해 시세의 70%를 맞추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공시지가는 급등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10개 필지 중 7개 공시지가가 비슷한 상승률로 뛰었다. ㎡당 가격 기준으로 서울 중구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9130만원에서 1억8300만원으로 100.4% 올랐다. 값비싼 땅마다 공시지가가 2배가량 상승했다. 이를 두고 감정평가 업계는 “정부가 평가 과정에 개입한 결과”라며 볼멘소리를 한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고가 토지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돼 형평성 차원에서 개선하도록 예시를 들어 설명했을 뿐이다. 공시지가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국토부 고유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감평사 업무 특성상 단순한 예시라도 엄연한 정부 지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적잖다.

공시지가가 오른 만큼 세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가 토지만 시세 반영률을 높일 경우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고 재산권 침해 우려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정부 개입 여부를 떠나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이 이처럼 허술하다는 점도 이해가 안 간다. 공시가격은 재산세, 상속증여세 등 각종 세금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에도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지만 객관적인 산정 시스템조차 없다. 한마디로 ‘깜깜이 산정’이다.

아무리 시가와 공시가격 괴리가 크다 해도 정권 성향에 따라 공시가격을 손쉽게 조정한다면 국민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른바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투명한 공시가격 산정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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