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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칼럼] 제조업 부흥 전략의 해법

  • 홍기영 기자
  • 입력 : 2019.01.14 09:57:36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개발한 애플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애플 아이폰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밀리는 ‘차이나 쇼크’ 굴욕을 맛봤다. 미중 무역분쟁 탓도 있지만 혁신이 없는 신제품을 비싼 값에 내놓은 데 따른 자업자득의 결과다. 품질면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에 뒤지면서 고가 정책을 고수한 애플의 전략은 고객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고 말았다. 애플은 시장 리더에서 추종자로 전락할 위기에 봉착했다.

삼성전자도 ‘어닝쇼크’에 빠졌다. 반도체 경기 급랭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각각 9.9%, 38.5% 감소했다. 2016년 시작된 ‘반도체 호황’이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267억달러를 수출한 반도체를 대체할 품목이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미래를 짊어질 주력 상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가적으로 새 주력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하는 절박한 현실에 직면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호전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된다” 두어 달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처럼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에 논란도 일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의 시각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일각에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장한 각오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두세 개 산업에 대해 기틀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각국은 민관이 손잡고 미래 산업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독일은 일찌감치 제조업에 IT를 접목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제조업 르네상스 운동인 ‘AMP(첨단제조 파트너십) 2.0’을 전개한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초래한 ‘제조업 2025’를 통해 기술 최강국 도약을 꿈꾼다. 일본은 ‘신산업구조비전 :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전략’을 마련해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한국은 박근혜정부가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의 제조업 육성 계획은 소득주도성장처럼 이전 정부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대기업이 앞장서고 수출 중심으로 선진국을 추격하는 기존 경제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정부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찾는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는 ‘제조업 르네상스’ 보고서에서 제조업 생태계 뿌리인 노동과 일터를 혁신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상을 제시했다. 국가 자원 배분 방향을 기존 ‘대기업·자본투자’ 중심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인적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즉 자본·기계 투입 중심의 물량 전략에서 벗어나 일터 현장의 숙련 노동에 기반한 혁신 역량 강화로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25%에서 선진국 수준인 35%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 부문에서 뼈를 깎는 혁신 없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해법을 찾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다.

중국 추격과 선진국 견제에 한국 제조업은 새우등 터질 신세다. 정부는 정책 최우선 순위를 제조업 회생에 둬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본과 노동 관계를 적대적인 이분법으로 볼 것이 아니다. 공정한 경쟁과 동반자적 상생, 그리고 상호 보완적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기업 구조조정도 촉진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뿌리산업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혁신은 규제 혁파에 기반한 기업 친화적 정책에서 꽃필 수 있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언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과 기업인 만남이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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