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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알짜 종목] (12) 신세계인터내셔날 | 패션 추월 고마진 화장품 사업 ‘신의 한 수’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19.01.14 11:38:45
  • 최종수정 : 2019.01.14 17:48:37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변신이 숨 가쁘다.

패션업을 주력으로 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화장품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여념이 없다. 이제 화장품은 패션과 함께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 양대 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실적 부진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 주도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13만40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최근 주가는 18만원을 오르내린다.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주가의 우상향 흐름은 명확하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9월 27일 24만4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글로벌 증시 조정 속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13만원까지 밀렸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다시 상승세로 방향을 틀어 현 주가는 바닥 대비 30% 이상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내주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셈이다.

그동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주요 매출은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았다. 2017년 전체 매출액 1조1025억원 가운데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이 차지한 매출은 90% 이상이었지만, 영업이익은 254억원에 불과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돌파구로 택한 것은 화장품.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선택이었다고 자평할 만하다. 보브, 톰보이 브랜드를 판매하던 그저 그런 ‘저마진 패션회사’에서 ‘고마진 화장품 회사’로 체질이 확 달라졌다.

화장품 부문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비디비치’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시작한 이후 서서히 몸집을 키워왔다. 2017년 매출액 627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달성해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2018년 들어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7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97억원)보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3분기 영업이익은 11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9억원)보다 13배가량 늘었다.

단일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은 비디비치다. 이 브랜드의 매출액은 이미 지난해 11월 14일 기준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7년 연간 매출이 229억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비디비치가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중국 맞춤형 상품으로 승부했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중국인들의 피부 타입과 성향, 선호하는 효능, 제형을 철저히 분석해 출시한 페이스 클리어 퍼펙트 클렌징폼은 지난해에만 200만개 이상 팔렸다.

이 덕분에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커뮤니티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샤오홍수’에는 비디비치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제품 후기가 줄이어 올라왔다. 그 결과, 비디비치는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이 없음에도 지난해 3분기 중국 대표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서 검색 건수가 1년 전 대비 47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이 제품들은 해외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며 “그러나 가격은 럭셔리 브랜드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해 중국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기술 제휴로 출시한 럭셔리 화장품 ‘연작’도 ‘대박’이 났다. 판매 한 달 만에 내부 목표 매출의 5배 이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2020년까지 연작에서만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목표다.

신세계그룹이 제조·생산(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 브랜딩(신세계인터내셔날), 유통(신세계, 신세계디에프) 등 화장품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과 유통망의 내재화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ODM 자회사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가 손익분기점을 넘긴 만큼 향후 기업가치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비디비치’ 브랜드 인수 빛봐

3Q 영업이익 1년전보다 13배↑

중국 맞춤형 상품 승부수 주효

2019년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9.5%, 42.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을 2018년 440억원, 2019년 510억원으로 분석했다.

단, 변수는 올 들어 중국에서 시행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따이공(보따리상) 규제다. 따이공은 면세점에서 싸게 산 물건을 중국으로 가져가 정가보다 저렴하게 웃돈을 얹어 팔아 수익을 남긴다. 이들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등을 통해 이를 되파는데 개정안 시행 전까지는 별도의 사업자등록 없이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따이공이 전자상거래 경영자 범주에 들어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할 경우 최고 200만위안(약 3억2700만원)을 벌금으로 낸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영향은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중국인 고객은 대부분 소규모 중소형 따이공이다. 과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따이공 대비 상대적 영향이 덜할 것”이라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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