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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中國] 새해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행 택한 김정은 왜? 트럼프 보란 듯 미북회담 전 中과 혈맹 과시

  • 입력 : 2019.01.14 14:45:2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7일부터 3박 4일 동안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에 걸쳐 방중한 김 위원장이 새해 첫 해외 공식 일정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선택한 것은 초읽기에 들어간 2차 미북정상회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 이번 4차 방중에 나선 김 위원장은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혈맹관계를 과시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새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요청했던 시진핑 주석은 ‘북핵 카드’를 미중 무역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을 놓고 북중 간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월 10일 관영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요청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며 “8일 진행된 북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4차 방중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2차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의 지원을 얻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차 방중 당시 시 주석과 만나 ‘단계적이고 동시적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바 있는데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서도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중국이 지지해주길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는 “1월 8일 북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북중관계 강화와 더불어 한반도 비핵화와 정치적 해결에 대한 공감대에 도달했고,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지지와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김정은 4차 방중 요청

김 위원장이 새해 들어 다시 중국을 방문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경제 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제 건설’을 올해 핵심 목표로 삼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금 중국과의 경협 기반을 다져놓고 차후 정세가 우호적으로 바뀔 때를 대비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에서 “1년도 안 된 시점에 중국을 네 차례 방문하면서 중국 경제·사회 발전 성과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북한은 중국의 발전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중국을 자주 방문해 현지 시찰 교류를 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지난 1월 9일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제약회사 ‘통런탕(동인당)’을 전격 방문하며 하루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베이징의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를 찾은 것은 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 입장에서는 ‘북핵 카드’를 간접적으로 대미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구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오는 3월 1일을 마감 시한으로 잡고 타결을 위한 미중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1월 7~9일 미국 협상단이 베이징을 방문한 시기에 시 주석의 요청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됐다는 점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기 위한 역사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항구적인 안정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은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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