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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alk] ‘미래의 미라이’ 호소다 마모루 감독 | “희망 잃은 젊은 세대에게 일상의 소중함 전하고파”

  • 한현정 기자
  • 입력 : 2019.01.14 14:49:01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얼리버드픽쳐스 제공

“감독마다 작품을 만드는 목적은 다르겠죠. 저는 흥행 면에서 다소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 승부를 보려는 사람이에요. ‘미래의 미라이’는 제 어떤 전작보다도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을 통해 보다 큰 영역의 메시지를 말하고자 했어요. 억압받는 젊은 세대들에게 현실의 소중함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년) ‘썸머 워즈’(2009년) ‘늑대아이’(2012년) ‘괴물의 아이’(2015년)까지 선보이는 작품마다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으며 전 세계의 신뢰를 얻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52)은 신작 ‘미래의 미라이’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부모는 이전보다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운을 뗀 그는 “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더 힘들어지지는 않을까’ ‘세상이 점점 더 외롭고 무서워지지는 않을까’ 등을 생각하면 걱정은 끝없이 불어난다. 그러다 보면 우울해진다”며 특유의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바라는 미래는 그런 걱정이 현실이 된 세상이 아닌,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건강하고 순수한 에너지,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런 것들을 날려버린 세상입니다. 그래서인지 항상 ‘젊은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에 대해 생각해요. 그들에게 현실을 소중히 여길 만한 선물을 늘 주고 싶죠.”

그래서일까. ‘미래의 미라이’는 지극히 평범한 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과 판타지를 면밀하게 섞어 녹여낸다.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하던 네 살배기 ‘쿤’은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환경에 혼란스럽다. 그런 쿤 앞에 미래에서 온 미라이를 비롯한 엄마와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숨겨진 시간이 펼쳐진다. 시공간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여행으로 가족들의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누구나 ‘나를 잃는’ 경험을 하고, 다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죠. 특히 10~20대 젊은이가 가장 절실하게 답을 얻고자 갈망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사회에 억압당하며 살고 있다고, 본인의 일상이 재미없다고 여길 테죠. 하지만 사실 일상 속에는 멋진 국면이 넘쳐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감독은 한 가족, 그 안의 작은 한 아이, 그 아이가 마주하는 작지만 큰 변화에 오롯이 진심과 믿음을 담았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가족을 모델로 했단다. 그는 “주인공 쿤과 미라이뿐 아니라 아빠와 엄마, 전쟁 세대인 증조할아버지 역시 아내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만든 캐릭터”라며 “작품 속에는 완벽한 어른도 아이도 없다. 오히려 어른은 우리의 등신대처럼 계속 성장해 나아간다. 그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미라이’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어떤 면에서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매력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이내 “지금까지는 어린이들을 위한, 혹은 마니아들을 위한 하나의 한정된 범위 속에서 ‘애니메이션’이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그 틀을 깨고 보다 큰 테마와 보편적 이야기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자신만의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결국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표현을 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품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와 보다 나아간 메시지가 조화를 이뤄야겠죠. 그렇다면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단지 애니메이션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작품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미래의 미라이’는 지난해 5월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 초청, 같은 달 열린 제34회 함부르크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지명, 10월 열린 제51회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 11월 열린 제29회 스톡홀름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1월 16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한현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kiki202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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