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수는 하고 있지만…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열린 소상공인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악수는 하고 있지만…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17일 서울 동작구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열린 소상공인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주휴수당 폐지 건의는 바로 거부당했습니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우리가 관심 없는 결정구조 개편 이야기만 하더군요.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더니….”(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서울 대방동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고사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취지였다. 부총리가 직접 연합회를 방문해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적용 등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1시간이 넘는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소상공인 대표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자영업자들 “어려움 고려해달라”

이날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업계 대표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부담으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매출까지 떨어지니 죽을 맛”이라며 “처음으로 사업을 접을지 말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임용 소상공인협회 수석부회장은 “부가세 신고 내역을 들여다보니 지난해 자영업자들 매출이 전년보다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줄었다”고 털어놨다.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건의도 쏟아졌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영세 소상공인들이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훨씬 넘는 주휴수당을 폐지하거나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달라”며 “자영업자들의 척박한 환경을 고려해달라고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정부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세운 뒤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 대책’만 내놓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회장은 “수차례 소상공인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를 체감할 수 없었다”며 “정부가 현장 소통 없이 계속 임기응변식 지원만 하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홍 부총리 “요청 수용 어려워”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은 경제에 굉장히 중요한 경제중심축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가 소상공인을 겨냥한 정책을 촘촘하게 만들겠다”며 “소상공인 기본법도 이번 상반기 연구용역을 거쳐 하반기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학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중기부가 소상공인 지원 관련 과를 늘리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이 원하는 주휴수당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부 입장만 되풀이했다. 홍 부총리는 주휴수당 폐지와 관련해 “주휴수당은 기존에 시행되던 제도”라며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줘야 한다는 사실’을 영세 자영업자들이 새롭게 알게 되면서 문제가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적용과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업종·지역·규모·연령·내외국민별 다섯 가지 경우를 모두 검토했지만 현장 적용이 너무 어렵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대다수”라며 “대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을 합리적으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우리 요구 반영 안돼”

소상공인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협회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정부가 잘하는 부분은 적극적 지지를 해줘야 소통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작 우리 요구사항은 하나도 안 들어줬다”며 “주휴수당과 관련해 제출한 헌법소원은 계속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의 참석자는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당위성만 강조하다가 이번에는 소상공인업계의 건의사항에 대해 논의해보겠다고 해서 기대를 품었다”며 “전에는 만나 주지도 않던 부총리가 그나마 얼굴을 비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겠다”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