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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랄랄라 플랜더스] 플랜더스 마스터즈

입력 : 
2019-01-14 04:01:03
수정 : 
2019-01-14 09: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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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알아도 플랜더스(Flanders)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름이 낯선 또다른 이유는 이 곳이 플랜더스, 플랑드르, 플란더스 등 다양한 발음으로 불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독일어가 공식 언어이고, NATO나 EU와 같이 국제기구 본부가 있는 국가답게 모든 사람들이 영어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자기가 편한 언어 기준으로 부르면서 생긴 일이다. 한 발 양보해서 플랜더스를 모르더라도 '플란다스의 개' 는 어린 시절 동화책이나 만화책, 만화 영화로 한 번쯤 읽거나 봤을 것이다. 그 동화의 배경지가 플랜더스이며, 브뤼셀, 브뤼헤, 겐트, 안트워프, 루벤, 메헬렌 등 주요 도시가 모여 있는 벨기에 북부지역 전체를 의미한다.

이렇게 우리에게는 생소한 플랜더스도 한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꼭 한번 방문하고 싶고 특히 미술가들의 가장 큰 로망이었던 시절이 있다. 바로 15-17세기 중세시대다. 당시에 플랜더스는 상업이 번성하며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돈이 많아지면 문화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커지는 법이다. 이런 재력을 바탕으로 플랜더스 지역은 루벤스와 브리겔, 얀 반 에이크 등 뛰어난 거장 화가들을 배출하며 유럽 미술계에 '플랑드르 화파'라는 큰 족적을 남겼다. 이들을 플랜더스가 배출한 거장들이라는 의미로 플랜더스 마스터즈(Flemish Masters)라 부른다.

미술가를 꿈꾸던 <플란더스의 개>의 주인공 소년 네로 역시 플랜더스 마스터즈인 루벤스의 열혈팬이었다. 루벤스의 작품을 볼 수만 있다면 죽어도 행복하겠다던 그 소년은 성당에서 그의 그림을 보며 애견 파트라슈와 함께 죽어간다. 네로는 동화 속 허구 인물이지만 그가 죽기 직전 봤던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에 들어 올려지는 예수〉와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예수〉는 플랜더스 안트워프에 있는 대성당에 실제로 걸려 있으며, 매년 40만명이 그 그림을 보기 위해서 성당을 방문한다.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다. 대성당 앞에 편안하게 잠든 표정으로 누워 있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조형물 앞에도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루벤스의 고향인 안트워프에서는 거대한 저택이자 아뜰리에, 그가 작품을 남긴 성당들, 그가 묻힌 성당은 물론 심지어 친구 가족이 운영하던 거대한 중세시대 출판 및 인쇄소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자취만 찾아다녀도 미술 작품은 물론 도시 곳곳의 명소들과 스파이 소설급 에피소드를 만나게 된다. 또다른 마스터즈인 브뤼겔의 세계는 이름이 비슷한 도시 브뤼셀에서 만날 수 있다. 전세계 미술사에서 최초로 유화를 그린 얀 반 에이크는 전세계 여행가들이 그의 활동 무대였던 겐트를 방문해 명작과 흔적을 찾아다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미술 거장들은 사라졌지만, 플랜더스에는 여전히 마스터즈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18톤 이상의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내는 초콜릿 마스터즈는 플랜더스 전역에 있는 2,200개의 초콜릿 매장에서 그 작품들을 맛볼 수 있다. 1,500 여종의 수제 맥주를 만들어 내는 마스터즈들 덕분에 벨기에 맥주 문화는 유네스코에 무형 문화재로 등재되어 있으며, 지난해에는 독일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유럽 맥주 수출국 1위에 올랐다. 전세계 80% 이상의 다이아몬드 원석이진정한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안트워프를 거쳐가야 할 정도로 다이아몬드 세공은 독보적이다.

스머프를 비롯해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는 만화계의 거장들도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 TV에서 진행했던 글로벌 탑 쉐프들의 한식 대결 프로그램에서 우승했던 마셀로라는 쉐프는 플랜다스가 자랑하는 요리 마스터즈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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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스터즈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얼마전 발표에 따르면 벨기에는 FIFA 가 발표한 전세계 국가별 축구 순위에서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쟁쟁한 경쟁국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개최된 국가별 대표들이 겨루는 골프 월드컵에서도 벨기에가 우승하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스터즈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섬세함과 창의성, 수백 년에 걸쳐 전수되며 쌓인 기술이 합해진 결과다.

플랜더스 여행은 바로 이런 마스터즈들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김연경 벨기에 플랜더스 관광청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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