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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레터] 연결된 듯 연결 안 된 ‘나 혼자 사는’ 나

  • 김소연 기자
  • 입력 : 2019.01.14 09:48:42
  • 최종수정 : 2021.07.13 10:05:03
매년 11월쯤 되면 서점가의 주요 매대는 다양한 트렌드 전망과 경제 예측서로 채워집니다. 매경이코노미는 1992년부터 ‘매경대예측’ 책을 통해 다음해 경제와 산업, 자산시장에 대한 담대한 예측을 해왔습니다. 2019년 황금돼지해부터는 연초에 그해의 트렌드에 비춰 히트할 것 같은 히트예감상품을 선정합니다.

황금돼지해 2019년을 뒤덮을 강력한 단어는 ‘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1인 가구가 30%에 육박하는 ‘나 혼자 산다’ 시대. 완벽하게 혼자인 개인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나를 위한 삶’에 올인합니다. 오로지 나의 기준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됩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사람들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고 그 결과물을 매년 ‘대한민국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엠브레인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우리나라가 아닌 나의 나라’라고 규정했습니다. 김난도 교수는 궁극의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의 땅이라는 ‘나나랜드’라는 표현을 내세웠고요. 컬처트렌드연구소는 올해 트렌드 키워드로 ‘셀피(SELPPY)의 법칙’을 선정했습니다.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법칙’이란 의미입니다.

‘나나랜드’에 사는 ‘나나랜더’의 창궐을 바탕에 깔고 고민한 결과물이 ‘홈브루잉(집맥)’과 ‘개인 맞춤형 미용(DTC)’ 등입니다. 사실 라이프스타일 히트예감상품은 모두 나나랜더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미세먼지를 들이켜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더라도 개성 없는 흰색 마스크가 아닌 세련된 패션 마스크를 쓰고, 최고급 생두를 소량 로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한 블루보틀을 굳이 찾아가 커피를 마시고, 또 굳이 갬성 돋는 서점에 가 책을 사는 것도 다 나나랜더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나나랜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연결된 듯 연결 안 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엠브레인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2018년 사람들이 가장 자주 경험한 감정은 ‘귀찮다’였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내내 3위였던 ‘귀찮다’가 2018년 1위로 올라왔습니다. 넷플릭스의 인기 뒤편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대에 여가시간이 많아진 나 홀로 세대들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넷플릭스 세계에 빠져 사는 트렌드가 있기도 합니다. 직원의 과도한 친절과 관심에 대한 부담은 ‘키오스크’ 무인계산대에 대한 환영으로 이어집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극진한 접대를 의미하던 ‘오모테나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니 전 세계적인 특징인 듯 싶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나’를 생각하니 다소 서글픈 생각도 듭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올 한 해 진정 ‘수고할 나’를 위해 ‘나심비(나+가심비)’ 좋은 선물 하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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