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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사위 안용찬 부회장 사임 왜?
채형석(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친정체제 굳히기…갈등설도 분분

  • 박수호 기자
  • 입력 : 2019.01.14 11:27:55
  • 최종수정 : 2019.01.15 16:48:47
제주항공은 연초 최대 주주 등이 소유한 제주항공 지분이 0.71% 감소한 58.85%로 변동됐다고 공시했다.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특수관계자 지위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안 전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이자 장 회장의 외동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사실상 오너 일가라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연임 8개월 만에 돌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특수관계자에서도 빠졌다고 하니 여러 소문이 분분하다.

제주항공은 안용찬 전 부회장 취임 후 급성장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안용찬 전 부회장 취임 후 급성장한 바 있다.

▶안용찬 부회장 어떤 인물

▷그룹 ‘앓던 이’ 계열사 회생 전문가

안 전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1987년 애경산업에서 마케팅 쪽으로 일을 배우기 시작한 후 애경화학 이사, 애경유화 상무·전무를 거쳤다. 대표이사 경력은 1995년부터였다. 당시 애경산업 사장으로 승진했고 2006년 12월에는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에 취임해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을 모두 관장했다. 특히 안 전 부회장이 공을 들인 제주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에 이어 국내 3대 민영 항공사로 성장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세다. 2015년만 해도 제주항공 매출액은 6081억원에 영업이익 514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1조2593억원, 영업이익 1108억원으로 3년여 만에 각각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신규 항공기 50대 구매를 발표하는 등 장기 성장 비전이 가장 확실해 LCC(저비용항공사) 내 최선호주”라고 평가했다.

이런 공헌과 능력을 인정받아 안 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그랬던 그였기에 8개월 만의 퇴사 선언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올해 제주항공 공시에서 사실상 특수관계인 신분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바뀐 것도 설왕설래다.

물론 사위는 재계 시쳇말로 ‘가족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용병’이란 독특한 위치에 있기는 하다. 경영에 어느 정도 참여하면서 대주주 일가 지위를 확보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고 ‘자연인’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안 전 부회장은 전자로 분류돼왔다.

그룹 주요 계열사를 경영했고 또 가는 곳마다 실적을 향상시켜 장영신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호사가 사이에서는 워낙 출중한 실적을 그룹에 안겨왔기 때문에 안용찬 전 부회장-채은정 부사장 부부가 제주항공을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돌았다.

▶안 부회장 퇴임 두고 소문 무성

▷지주사 전환 후 오너경영 강화 수순

이런 그의 일선 후퇴를 두고 여러 설이 난무한다.

우선 ‘적통’으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애경그룹은 지주사 전환에 성공, AK홀딩스가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구도다. AK홀딩스 최대 주주는 장 회장 장남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으로 지분 16.14%를 보유하고 있다. 차남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이 뒤를 이어 9.34%, 3남 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8.3%, 장 회장이 7.43%를 보유하고 있다. 채은정 부사장 지분은 3.85%로 제일 적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일단 안 전 부회장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제주항공 경영 관련해서도 입지가 축소됐다는 정황이 여러 면에서 확인된다.

안 전 부회장 시절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던 임원 두 명이 안 전 부회장 퇴임 시점에 동반 퇴진했다. 특히 안 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임원은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3년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이번 퇴진 때 운명을 함께했다. 소위 ‘안 부회장 라인’이 사실상 정리됐다는 신호로 읽히는 측면이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과 이석주 공동대표 체제로 움직였는데 안 전 부회장은 본인 의지에 따라 그만뒀다 해도 관련 임원들까지 줄줄이 그만뒀다는 것은 사내에서 이들을 더 이상 지원하고 다독여줄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항간에는 채형석 총괄부회장 라인과 계속해서 의견이 달라 대립각을 세우다 안 부회장 라인이 백기를 들었다는 후문도 존재한다. 특히 제주 콜센터 설치건을 두고 안 전 부회장은 설치 쪽을, 그룹 측은 비용 절감을 구실 삼아 반대하다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소문도 돈다. 물론 제주항공 측은 전면 부인한다.

안 전 부회장의 외부 활동 이력이 그룹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용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 전 부회장은 성강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이 재단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장인이 만든 재단. 불과 몇 년 전까지 전 전 대통령 아들 전재국 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 전재국 씨와 안 전 부회장이 대학 동문으로 인연이 있다 보니 안 전 부회장이 자연스레 재단 활동에 힘을 보탰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이런 활동 이력이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지난 박근혜 정권은 물론 이번 정권에서도 전 전 대통령 관련 부정적 인식이 계속되고 차명 재산 환수 등으로 국민 관심이 높다.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부회장이 전 전 대통령 비호세력으로 보일 수 있게 행동했다는 것은 그만큼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내부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애경그룹 차원에서는 굳이 이런 논란에 휩싸일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안 전 부회장이 본인의 거취를 알아서 택하도록 무언의 압력을 줬다는 얘기도 흘러다닌다.

▶제주항공 “모두 소설” 부인

▷“안 부회장 환갑이라 용퇴한 것”

여러 소문이 분분하지만 제주항공은 “모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한다.

제주항공은 “안 전 부회장은 34년 직장생활 중 23년을 대표이사로 일했다. 개인적으로 환갑이 되는 해에 퇴임하는 것을 목표했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제주항공 실적이 좋아 박수를 치는 지금이 스스로 계획했던 은퇴 시기와 가장 잘 맞기 때문에 용퇴를 결정한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안 부회장 라인이 모두 나갔다’는 설과 관련해서도 이석주 대표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사장에 오르는 등 안 전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말이 안 된다고 항변한다.

한편 제주항공 내부에서는 사실상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직접 관여 체제로 재편된 후 제주항공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전현직 임직원이 회사 내부 분위기, 회사 문화에 대한 평가글을 무기명으로 자유롭게 올리는 온라인 기업 신문고 ‘잡플래닛’에서 애경그룹과 제주항공 관련 지수가 주는 시사점은 꽤 있어 보인다. 최근 2년간 애경그룹 경영진 만족도는 평균 2.56점인데, 제주항공은 3.19점이었다. CEO 지지율도 지난해 기준 애경그룹은 47%인 반면 제주항공은 67%였다. 제주항공 임직원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말이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이석주 대표가 그대로 있다지만 향후 그룹 지배력이 높아진다면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지금의 만족도가 유지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잡플래닛상에서 제주항공 전현직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애경그룹 쪽은 수직적인 군대문화·줄타기·가족경영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지, 말만 혁신 혁신 거리지 말고 제발 회사 좀 변화시켜라’ ‘근속 연수 20~30년이면 뭐 하나, 인재가 빠져나가는데 뒷짐만 지고 있음’ ‘그룹 내 임원에 대한 인사권이 홀딩스에 있는 것은 알지만 하루아침에 사람을 교체하거나 인사 발령을 내면 그 경영자가 하던 사업·계획에 휩쓸려 힘들어지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함’ 등의 글을 올리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2호 (2019.01.16~2019.01.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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