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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대로변 꼬마빌딩 `키` 높아진다

정지성 기자
입력 : 
2019-01-17 17:18:18
수정 : 
2019-01-17 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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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관지구 53년만에 폐지

313곳 층수·용도제한 풀려
성수동 등 벤처타운 조성될 듯

23곳은 경관지구로 완화
압구정 층고 4층→6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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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대표적 도심 토지이용규제인 '미관지구'가 53년 만에 폐지된다. 테헤란로·영동대로 등 서울 대부분의 대로변에도 벤처기업이 입주하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을 수 있게 된다. 또 압구정로 등 일부 지역의 층고 제한이 폐지·완화돼 지역 개발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서울시는 주요 도로변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지정·운영해온 미관지구 폐지를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1965년 종로와 세종로 등이 미관지구로 처음 지정된 이후 53년 만이다. 서울시는 주민열람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오는 4월 미관지구 폐지안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미관지구란 도시 이미지와 조망 확보를 위해 간선도로변 양측 건물 층수 및 용도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 336개소로 테헤란로·광화문로·영동대로 등 웬만한 서울 주요 간선도로는 대부분 미관지구로 지정돼 있다. 미관지구의 총면적은 서울 시가지 면적의 5.75%인 21.35㎢에 달한다. 미관지구는 당초 도시의 급속한 개발에 따른 도로변 미관 저해를 막기 위해 생겼지만 이후 재개발·재건축 구역 등 다른 토지관리 제도가 생기면서 실효성이 사실상 없어졌다. 서울시는 총 336개소의 미관지구 중 313곳은 폐지하고 특화경관이나 높이 관리가 꼭 필요한 23곳은 '경관지구'로 전환해 관리할 계획이다.

먼저 미관지구가 폐지되는 313개 지역은 층수 제한이 사라지고 용도 제한도 풀려 그동안 불가능했던 지식산업센터, 인쇄업체, 창고 등이 세워질 수 있다. 현재 상업시설이 주로 들어서 있는 도심지역보다는 공장지대가 많은 성수동·당산 등 준공업지역 대로변에 지식산업센터가 대거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성수동과 당산에서 용도 제한 때문에 대로변에 지식산업센터를 짓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번 미관지구 폐지로 대규모 벤처 타운이 조성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는 주로 벤처기업들이 입주하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새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입주 기업에는 취득세 50%, 재산세 37.5%를 감면해줄 뿐 아니라 분양가 최대 70%에 대해 장기대출 혜택까지 주어진다. 단, 최근 지식산업센터 건립이 크게 늘어나면서 '공급과잉' 상태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지식산업센터 승인 건수는 2014년까지 연간 30건대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과 맞물려 2015년 65건, 2016년 82건, 2017년 93건으로 급증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기존에 낙후된 구도심을 활용하기 위해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선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이라며 "해당 지역 입지 등을 잘 살펴 투자성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관지구로 전환되는 나머지 23곳 중 6곳은 용도 제한은 그대로지만 층수 제한이 완화된다. 대표적인 사례인 압구정로는 층수 제한이 기존 4층 이하에서 6층 이하로 완화된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 몰려 있는 이른바 '꼬마빌딩'의 리모델링이 일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로 도로변에는 주로 소규모 명품 브랜드 빌딩이 들어서 있으며 골목을 들어서면 압구정 로데오거리로 이어진다. 이번 조치에 용적률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전면 재건축보다는 소규모 리모델링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용적률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건폐율을 높여 건축물을 더 슬림하게 짓는 식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할 것"이라며 "압구정로 주변 지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건물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층고 제한이 일부 완화되면서 노후한 건축물이 리모델링이 될 수 있다"며 "최근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 규제 완화로 큰 변화가 있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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