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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럭셔리 화장품 빛났다

김하경 기자
입력 : 
2019-01-17 17:21:17
수정 : 
2019-01-17 19: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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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프리미엄 수요 급증에
후·설화수 등 현지매장 확대
한국선 `고기능성` 인기 뚜렷
제품 업그레이드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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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업계에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럭셔리 화장품을 찾는 중국 고객들의 입맛을 맞추고, 뛰어난 정보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진 한국 고객들을 잡기 위해서다. 화장품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럭셔리화하는 것뿐 아니라 고기능성 제품을 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세계 럭셔리 시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 세계 럭셔리 화장품 시장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449억달러(약 50조368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의류·가방·주얼리·화장품·시계 등 럭셔리 상품군 전체 성장률인 4%보다 높은 것으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은 중산층의 소득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 중 75%가 럭셔리 화장품군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소비자들은 화장품 가격이 비쌀수록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있으며,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에 쉽게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트렌드로 가장 수혜를 보고 있는 기업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의 초고가 브랜드이자 럭셔리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후'는 지난해 누적 매출 2조원을 달성했는데 특히 중국 현지에서만 매출 성장률이 40%대 후반을 기록했으며 면세점에서는 6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후는 한국의 궁중 문화를 강조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화려한 패키지 등으로 중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후를 비롯해 또 다른 럭셔리 브랜드인 '숨' '오휘'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중국 내 이들 브랜드 매장을 더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초점을 둘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고가 한방 브랜드인 '설화수'를 중국에서 더 키우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올해 중국에 40개 이상의 설화수 매장을 추가로 출점하며 브랜드 인지도와 매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자연주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프리메라'의 오프라인매장도 올해 처음 중국에 낼 예정이다. 자연주의를 강조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판단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중국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비디비치'가 중국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급속도로 성장하자 가능성을 본 것이다. 올해는 기존 비디비치 제품보다 2배가량 가격이 높은 고가의 '뉴오더' 라인을 출시했다. 비디비치가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을 이용해 럭셔리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고객층을 본격 공략한다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프리미엄 한방 브랜드 '연작'도 다음달 면세점에 공식 매장을 연다. 한국의 럭셔리 한방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 중국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연작을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광군제에서 수입 화장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전체 매출 '톱10'에 진입하며 중국에서 입지를 다진 AHC는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은 높이되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전략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애경산업도 지난해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보고 올해 중국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럭셔리 브랜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양상은 중국과 다소 다르다.

정보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장품 개수를 줄이는 '스킵케어(skip-care)' 트렌드가 확산되며 '제대로 된 제품 하나만 잘 쓰자'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화장품업계도 단순히 럭셔리 브랜드를 띄우기보다 '고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기능의 '프리미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시장에서 후·숨·오휘 제품들의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집중하고 충성고객들을 겨냥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많이 내놓을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최근 설화수의 대표적 안티에이징 라인 '진설라인' 제품들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신규 출시했다. 또 프리미엄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을 차별화하기 위해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에 증강현실(AR) 기능을 도입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작의 프리미엄 고객 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비디비치를 통해서는 피부 보호 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2월에는 이 같은 기능을 더한 뷰티 디바이스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대표 화장품 브랜드 'Age20s'의 에센스와 파운데이션을 결합한 에센스 팩트 제품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지난해 처음 내놓은 더마화장품 브랜드 '더마에스떼'를 통해 고기능성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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