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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세법 허점…수입가격 100원 낮추면 세금 113원 덜 내

김기정,이덕주 기자
김기정,이덕주 기자
입력 : 
2019-01-17 17:49:47
수정 : 
2019-01-17 20: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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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코리아 수입원가 조작의혹 왜?

신고가 + 관세 가격만 포함
현 세금체계 수입업체에 유리

하이네켄 세금 덜 낸 만큼
배당 늘리고 마케팅 비용 쓴듯
사진설명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관세청 조사가 수입맥주에 부과되는 세금구조를 보다 세밀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주세법은 술의 가격 또는 수입 신고가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수입맥주에는 관세,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4개 항목의 세금이 부가돼 세율이 113%에 달한다. 즉 수입맥주의 신고가격을 낮추면 낮출수록 납부해야 하는 세금도 그만큼 적어진다는 의미다.

수입맥주업체들은 이러한 한국 주세 체계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었다. 신고가를 적정 가격보다 100원만 낮춰도 1캔당 내야 하는 세금이 113원 줄어든다. 낮은 가격에 들여오고도 타사와 비슷한 가격에 출고한다면 이윤의 폭이 커져 법인세를 더 많이 내게 되지만, 법인세율은 22%(과세표준 200억~3000억원 기준)로 관세나 주세에 비하면 훨씬 낮다.

업계에서는 수입맥주의 신고가를 500㎖ 캔 제품 기준으로 대략 500원 내외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세금 113%가 붙으면 출고가는 1065원이 된다. 소비자들은 1캔에 4000원짜리 제품을 '4캔 1만원' 행사를 통해 1캔당 2500원에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 같지만 실상 출고가의 2배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다.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산맥주는 생산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이 포함된 출고가에 주세가 부과되는 데 반해 수입맥주는 회사가 신고한 수입신고가와 관세를 더한 가격에 주세가 부과된다.

특히 수입맥주는 마케팅 비용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국산맥주보다 유리하다. 수입맥주업체가 수입신고가를 낮추면 여기에 부과되는 관세와 주세가 전부 낮아져 제품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500㎖짜리 1캔의 원가가 같이 500원이라고 해도 수입맥주에 붙는 세금은 주세 360원, 교육세 108원, 부가세 97원 등 565원 정도다. 반면 국산맥주에는 마케팅 비용(500원 가정)에 대한 세금까지 붙어 세금액이 주세 720원, 교육세 216원, 부가세 194원으로 1130원에 달한다. 세금이 2배나 높아지는 것이다. 그동안 수입맥주회사들이 4캔에 1만원 등 프로모션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 국내 맥주업계 관계자는 "주세 데이터를 보면 수입맥주가 낸 세금이 같은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국산맥주가 낸 세금보다 훨씬 낮아서 수입맥주회사가 의도적으로 수입신고가를 낮게 측정했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생산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기형적 주세 체계로 위스키와 맥주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도 촉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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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하이네켄코리아가 맥주 수입원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하이네켄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이승환 기자]
이미 국내 위스키업체들은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해 국내 위스키 제조 기반이 무너진 상태다. 글로벌 주류기업인 AB인베브가 소유하고 있는 오비맥주도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관련 '카스' 한정판을 출시하며 토종 국산맥주인 카스 캔맥주를 미국에서 생산해 다시 들여오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오비맥주는 국내에 없는 740㎖ 대용량 제품이고, 한정 판매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생산 맥주가 해외 생산 맥주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기존 주세구조에 대한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정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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