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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좋아" SK하이닉스 사내벤처 실험

이상덕 기자
입력 : 
2019-01-17 17:47:30
수정 : 
2019-01-17 19: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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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개라지` 출범

반도체 생태계 구축 위해
AI·장비 국산화 6건 지원
창업 실패해도 재입사 보장
사진설명
SK하이닉스가 사내 혁신 아이디어를 키워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핵심 장비 국산화에 나서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강조한 것처럼 혁신적 아이디어만이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SK하이닉스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시키고 사내 벤처 아이디어 6건에 대해 사업화를 지원한다고 17일 밝혔다.

하이개라지는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차고(garage)'에서 창업한 것에 착안해 명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8월부터 사내 벤처 아이디어에 대한 공모를 실시했고 지금껏 총 240건에 달하는 아이디어가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이들 아이디어 가운데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정해 총 6건을 사내 벤처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총 자금 12억원을 사업화 과정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선발 사례를 살펴보면 '테스트 공정용 칠러 장비 국산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칠러는 반도체 공정에서 온도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일종의 온도 조절 장치로 현재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이디어 제안자인 김형규 SK하이닉스 기장(과장급)은 "테스트 공정에 사용되는 칠러는 현재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국내 장비 업체들이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 중 하나"라면서 "국산화에 성공해 협력업체에 기술을 지원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선발된 이들은 사내 벤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존 소속에서 분리돼 별도 전담 조직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대 2년간 벤처 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 등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창업 또는 사내 사업화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창업이 아닌 사내 사업화를 선택하면 사업화를 통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는 해당 임직원에게 일정 부분 배분한다.

또 사내 벤처는 근무시간 자율제와 절대평가 기준 인사평가제를 적용받아 창업에 전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만약에 사업화에 실패하더라도 재입사를 보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설명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이날 출범식에서 "하이개라지는 SK하이닉스가 사업 모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면서 "사업화를 성공시켜 그간의 노력을 결실로 보여 달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의 혁신적 사내 벤처 실험은 최근 최 회장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최 회장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혁신 성장을 하기 위해 △실패에 대한 용납 △낮은 사회적 비용을 통한 혁신 환경 조성 △최고 기술력을 지닌 인재 육성 등 크게 세 가지를 건의한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혁신할 때는 무조건 실패한다.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실패를 해도 좋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하이개라지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매년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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