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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법원 청사서 민원인 숨져…초유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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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치매오진` 판결 항의

화염병 투척·기습 시위…
최근 청사내 사고 속출

"대부분 판결 불만이지만
사법부 신뢰하락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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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대법원 청사 안에서 80대 남성이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부터 김명수 대법원장(60·사법연수원 16기) 차량에 대한 화염병 투척, 대법정 점거 농성 등 이전에 없었던 사건·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민원인 자살 사건까지 벌어져 법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으로 신뢰와 권위를 상실한 사법부의 위상이 어이없는 사건·사고로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대법원과 서울 서초경찰서는 "대법원 서관 건물 5층 비상계단에서 최 모씨(82)가 목을 맨 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전날 오후에 법원도서관 열람실을 방문한 뒤 귀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최씨는 자신을 치매로 진단한 의사를 상대로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6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2017년 10월 기각됐다.

최씨 사망사건뿐 아니라 대법원에서 최근 초유의 사건·사고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차량을 향해 남 모씨(75)가 화염병을 던져 차량 뒷바퀴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법부 수장을 직접 겨냥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2010년 1월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우병 보도 관련 무죄 판결에 반발해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77·고등고시 15회) 차량에 계란을 던진 이후 처음이다.

정치적 입장차에 따른 테러가 아닌 판결에 대한 불만이었다는 점도 법원 내부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회자된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남씨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항의하며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 내부에 사건 관련자들이 기습적으로 들어와 점거 농성을 하는 일도 몇 차례 발생했다. 과거 판결에 대해 다시 심리해달라는 게 주요 이유다. 지난해 5월 29일에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김 대법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법원 대법정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대법정 내부에서 시위가 벌어진 것도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은 해 8월 3일에는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을 주장하며 대법원 본관 출입구 앞에서 4시간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현행법상 실현되기 어려운 내용이다.

또한 대법원 청사 주변은 1인 시위부터 대규모 시위까지 각종 집회가 이어지며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예로 지난해 7월 19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지부는 2014년 11월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판결을 비판하며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런 흐름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이 나온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0·2기) 등 과거 사법부 내 최고위급 법관들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 등을 받으며 검찰에 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는 모습이 이어지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법원 판결에 대해 일단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현직 고법부장은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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