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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세금고지·폐차견적 온라인 비교조차 막혔었다니…

이선희,이용익 기자
이선희,이용익 기자
입력 : 
2019-01-17 17:49:54
수정 : 
2019-01-18 08: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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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 첫날 19건…ICT 황당규제 풀리나

"규정 복잡하고 법 미비로
신사업 엄두 못냈는데…"
ICT스타트업 이제야 돌파구

배달 로봇 시범 운영
VR체험 트럭버스 등
정부, 30일내 허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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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배달로봇 개발을 완료했다. 사람 무릎 정도 높이의 앙증맞은 로봇은 센서와 통신하면서 음식을 싣고 요리조리 이동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 실내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한 후 아파트 단지, 대학 캠퍼스 등 실제 공간에서 성능을 향상하려 했다. 그러나 실증 테스트 확대를 검토하다가 고민에 빠졌다.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 수많은 교통 관련 법규에 배달로봇 운행이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관련 법을 다 알지도 못하고 덜컥 시범테스트를 하다가 '범법자'가 된다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법령 검토를 못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계속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복잡한 법령 규정 등 규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업 테스트조차 못 하는 스타트업들도 이젠 규제샌드박스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로 신청 접수된 사례들은 30일 이내 관계 부처와 사전검토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각각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와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임시허가·실증특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심의위원회 위원을 위촉하고, 이르면 2월 중 심의위원회를 각각 열어 준비된 안건부터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심의위원회는 분기별 1회 이상 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시행 첫 6개월 동안에는 성과 창출·제도 안착을 위해 수시로 개최된다.

규제샌드박스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사업 출시를 앞둔 기업은 실증 테스트 목적의 경우 규제 적용을 배제하는 '실증특례'를 신청하면 된다. 서비스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려는 기업은 규제가 미비하거나 있는 경우 이를 피할 수 있는 '임시허가'를 신청하면 된다. 또한 실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긴급하게 허가가 필요하거나 규제 존재 여부 파악이 시급한 경우 '신속확인'을 신청하면 된다. 신속확인을 신청한 기업에 한해 정부는 관련 규제 여부를 30일 이내 검토 후 회신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전용 로봇 실증 테스트를 위해 '신속확인'을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의 신속처리 절차를 통해 우아한형제들은 자동차관리법과 도로교통법 등 관련 규정을 확인하고 곧 대학이나 연구소 등 한정된 지역에서 배달로봇을 시험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일반 보행로 등 본격적인 야외 공간을 달릴 수 있는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원활한 연구개발 및 테스트를 위한 법·규제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앱으로 중고차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구상한 스타트업 더트라이브도 신속확인을 신청했다. 매달 다양한 중고차를 대여해주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데 한국에 없는 서비스다 보니 막상 서비스를 출시한 후 덜컥 '위법'이라고 걸릴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전민수 대표는 "여객자동차법상 문제가 있는지 우리가 법 조항을 다 모르니 알 수가 없다"면서 "현대자동차로부터 투자도 받았는데 규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사업 접으라고 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법 미비나 기존 규제로 사업 전개에 애를 먹은 기업들은 임시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KT와 카카오페이는 공공기관이 종이우편으로 보내던 고지를 카톡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해 규제 미비로 인한 임시허가를 요청했다. 모바일 전자고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이용자 전화번호 등으로 연계해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상 이를 일괄적으로 변환하는 규정이 없어 현재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KT와 카카오페이가 임시허가를 받으면 법이 미비된 상태여도 서울시의 과태료나 도로공사의 하이패스 미납 내역을 전자형태로 고지하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스타트업 VRisVR는 이동형 VR트럭 사업을 위해 규제샌드박스에 지원했다. 현재 가상현실(VR) 기기의 허가를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영업장 주소·면적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동형 VR트럭을 위한 허가에 한계가 있다는 게 요지다. 또 게임산업법과 자동차관리법에 VR트럭 제작을 위한 구조변경 기준이 없는 만큼 이를 해소해 달라는 요청이다. VRisVR 측은 규제가 풀린다면 지자체 축제 개최지나 대학 캠퍼스 등에서 VR 체험 관련 이용자 저변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추진 전 테스트를 할 때는 규제를 면제해주는 '실증특례'에도 기업들이 많이 신청했다. 버스나 오토바이에 LED패널 등을 달아 광고를 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분야는 '옥외광고물법' 등에 걸려 실증특례를 추진하고 있다. 오토바이 광고를 추진하려는 뉴코애드윈드는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옥외광고물법상 교통수단에서는 전기사용, 발광방식의 조명을 사용할 수 없다. 이 기업은 독자적인 배달체계를 갖추기 힘든 음식업체와 배달오토바이를 중계하고,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오토바이를 통해 음식업체 및 배달음식을 광고하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과기부는 "뉴코애드윈드는 발광 조도를 제한하는 실증을 통해 영세한 음식업체의 광고효과 확산을 기대한다"고 했다. 버스 디지털 사이니지 광고 사업을 추진하는 제이지인더스트도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옥외광고물법, 빛공해방지법상 버스 외부 광고물로 전광류 패널(LED 등) 사용이 불가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국전력은 데이터에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에 대한 실증특례를 요청했다. 한전은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방대한 전력 사용 데이터를 활용한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은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제약이 있다.

이 밖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외송금서비스, 전기차 충전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와 스마트 전기차 충전 콘센트, 유산균 생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화장품, 온라인 폐차 견적 비교 서비스,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등도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한편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원하는 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의 경우 , 산업융합 분야는 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이선희 기자 /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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