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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싫어"…`긱 이코노미`에 등돌린 밀레니얼 세대

이새봄,문가영 기자
이새봄,문가영 기자
입력 : 
2019-01-17 17:48:35
수정 : 
2019-01-17 23: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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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프리랜서 고용으로
우버 등 승승장구했지만
美·英법원 고용관행 `제동`
10년간 고용 제자리 걸음
밀레니얼 세대 열광 환상
사진설명
한동안 새로운 경제 트렌드로 각광받던 '긱(gig) 이코노미'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고 있다. 직장에 소속되지 않은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 일명 '긱 고용'에 기반을 둔 긱 이코노미는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앱) '우버' 등 공유경제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통계적으로 긱 고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을뿐더러 각국 법원 등에서 기업의 긱 고용에 반기를 드는 판결을 연달아 내리고 있어 사실상 긱 이코노미와 공유경제가 모두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15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우버 등 공유경제서비스 회사가 최저임금과 실업보험 등의 권리를 계약 근로자에게도 광범위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고용자 입장에서 긱 고용은 인력이 필요할 때 상황에 맞는 계약직 노동자를 신속하게 고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계약 근로자를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면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에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 영국 상소법원도 지난해 12월 20일 우버의 기사를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봐야 하며 최저임금과 유급휴가 등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버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긱 이코노미는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긱 고용)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이다. 근로자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일을 얻어 비정규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며 상사와의 갈등에서 벗어나고, 고용자는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고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해 새로운 노동시장으로 각광받았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5년 긱 이코노미가 2조7000억달러(약 3031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워라밸(일과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선호하는 20·30대 중반 '밀레니얼' 세대가 고용시장 전면에 등장하면서 긱 이코노미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월 단위·주 단위 근무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간단하게 직업을 구해 일하며 돈을 벌고, 남은 시간에는 본인의 삶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긱의 '경제효과'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 연구의 대가인 로런스 카츠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앨런 크루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논문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긱 이코노미에 대한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왜곡됐다고 인정했다. 카츠·크루거 교수는 2016년 연구 논문을 통해 2005년과 2015년 사이 긱 이코노미 종사자가 전체 근로자의 10.7%에서 15.8%로 급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츠·크루거 교수는 연구 논문 오류를 '자백'하며 "지난 10년간 노동시장이 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상당히 불안정했기 때문에 긱 이코노미에 대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풀려져 왔다"고 시인했다. 즉 긱 이코노미가 고용인과 고용주의 근본적인 관계 변화의 시작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실상 실직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일시적으로 긱 이코노미에 참여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고용시장이 회복되며 미국 실업률이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7%대로 떨어지자 긱 이코노미에 몸담았던 이들도 미련 없이 자신들에게 더 '친숙한' 직장 생활로 돌아왔다. 크루거 교수는 WSJ 인터뷰를 통해 "왜곡 가능성을 감안해 다시 조사해 보니 지난 10년간 긱 이코노미 종사자는 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 정도의 완만한 상승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긱 이코노미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본 후 우리는 지난 10년간 (우버 운전자 등과 같은) '비전통적 직업'에서의 노동 인구가 약간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과 긱 이코노미가 급부상했던 2017년 미국 비정규직(프리랜서) 비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독립근로자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 비율은 2017년 기준 6.9%로 2005년의 7.4%에 비해 줄었다. 로런스 미셸 경제정책연구소(EPI)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는 프리랜서 직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직장의 본질이 급속히 바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고 언급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긱 이코노미에 열광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환상에 불과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과 1996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 중 60%는 전혀 긱 이코노미에 관여하지 않았다. 긱 이코노미에서 실제 돈을 벌어본 밀레니얼의 비율은 24%에 불과했다. 반면 기업에 고용된 정규직으로 일하는 밀레니얼 비중은 2016년 45%에서 지난해에는 66%로 급상승했다.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 반기를 드는 의견도 있다. WSJ는 "재택 간병인과 결혼식 사진사, 강아지 산책 도우미 등 다양한 유형의 긱 이코노미 일자리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모두 과거에 존재했던 파트타임 일자리"라며 "지금 달라진 점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뿐"이라고 보도했다.

[이새봄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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