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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T 아현지사 사고원인 전기화재에 무게"

이선희,박윤균 기자
이선희,박윤균 기자
입력 : 
2019-01-17 17:44:32
수정 : 
2019-01-17 19: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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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화재원인 보고서 입수

"내부 전력케이블 등
전기적 원인 발화 가능성"
통신구 소방시설 의무화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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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마포·여의도 일대 통신망을 마비시킨 KT 아현지사 화재 원인에 대해 경찰이 '전기에 의한 화재'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전송하는 광(통신)케이블은 발화될 여지가 없다는 이유로 통신구 화재에 대해 '미스터리하다'는 업계 의견이 많았는데 수사당국이 전기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파악해 최종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발열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던 통신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재난 예방조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실이 경찰청으로부터 확보한 'KT 화재 관련 KT 지하구 화재 보고서 일체 및 KT 지하구 화재 원인'에 따르면 경찰은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내부 전력케이블 등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 변형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발화 지점 및 발화 원인 한정은 불가"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후 소방당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력 등 유관기관과 세 차례에 걸쳐 합동감식을 벌였다. 현장에서 수거한 전기설비 등을 국과수에 의뢰해 지난달 14일 국과수로부터 감정 결과를 회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시설 관리 부실 등 인적·물적 화재 요인에 대해 폭넓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관련자들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발화 지점을 맨홀 주변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맨홀 아래 물을 모아놓은 '집수정' 방향의 주 연소 시설 끝부분에서 발화가 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담배꽁초 같은 실화(失火)나 외부 요인으로 인한 방화 가능성은 낮게 봤다. 경찰은 "맨홀 뚜껑 및 환풍구를 통한 외부로부터의 불씨 유입은 어려운 상태"라면서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통신업계에서는 광케이블을 모아놓은 통신구는 각종 전기·가스·수도 설비가 수용된 공동구와 달리 화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유리 재질에 고무 피복을 입혀 만든 광케이블은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전송한다. 광케이블에 흐르는 물질은 전기가 아니라 유리섬유를 통과하는 빛이라서 스스로 발화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통신용 구리케이블 역시 흐르는 전류가 미세해 자체 발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정도가 덜한 경우에는 여러 분석 방법으로 발화 지점과 원인을 유추할 수 있지만 화재가 커서 완전히 타버리면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통신사 지사도 결국은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통신구가 100% 불이 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로 전기가 들어오는 시설 내에서 통신구 또한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통신구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예정이다.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가 밀집돼 있는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에는 스프링클러가 없고 소화기만 있었다. 현행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전력 또는 통신사업용 지하구가 500m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 화재경보기 등 연소방지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KT 아현지사 지하에 있는 통신구는 이에 해당되지 않았다.

김영호 의원은 "통신구는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시설인 만큼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등 강도 높은 재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통신사와 협의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자동화재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등을 조기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통신구 및 통신설비에 대한 소방시설 설치의무 강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김영호 의원 등 10명은 지하에 설치된 전력구와 통신구를 시설물로 등록해 시설물 안전 점검을 의무화하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재해와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점검 대상으로 교량, 터널, 항만, 댐, 상수도 등을 지정했으나, 전력과 전기통신설비를 위해 지하에 설치된 전력구와 통신구는 지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전력구와 통신구를 시설물로 등록해 재해와 재난 예방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한편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는 청문회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선희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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