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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공격 막으려면 행동주의 펀드처럼 생각하라"

한우람 기자
입력 : 
2019-01-17 17:42:39
수정 : 
2019-01-17 17: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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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로펌 마크 거스타인 레이섬앤드왓킨스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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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방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행동주의 펀드가 돼보는 것이다. 자기점검을 통해 스스로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대한 취약점을 찾아보기 위함이다. 경영 전략은 잘돼 있는지, 자본 배분은 효율적으로 돼 있는지, 투자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먼저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1위 로펌 레이섬앤드왓킨스의 마크 거스타인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매일경제 레이더M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레이섬앤드왓킨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법률 자문을 수행하고 있는 대표 '방패' 로펌이다. 거스타인 변호사는 인수·합병(M&A)과 기업 지배구조, 행동주의 펀드 방어 전략 전문가다. 그는 로펌 내 행동주의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해 상장사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 방어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그의 팀은 엘리엇을 비롯해 아이칸어소시에이츠, 서드포인트, 코벡스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행동주의 펀드 공격 시도를 방어해온 바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글로벌 기관투자가들과 결국 같이 움직인다. 행동주의 펀드가 보유한 지분이 겉으로 드러난 1~2%대 소규모 지분이라 할지라도 이들이 움직이면 글로벌 연기금, 인덱스펀드 등 역시 동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스타인 변호사는 "기관투자가들은 개별 종목에 대해 행동주의 펀드처럼 세밀히 분석할 만한 여유가 없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치밀한 연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설득력 높은 논리를 만들면 기관투자가들이 동조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 공격이 기관투자가와 연합으로 이어지다 보니 기업으로선 예방만이 살길이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 공격이 일단 시작되면 결국 주주총회 표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며 "주총 표결에서 이기기 위해선 평소부터 주요 주주들과 소통을 통해 행동주의 펀드보다 더 우월한 경영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주주들 우려에 대한 보완 작업이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잔소리'를 평상시 많이 들어줘야 하듯이 기업 경영진 역시 주요 주주의 '잔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청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 시장 평가다. 최근 강성부 펀드(KCGI)의 한진그룹 지배구조 공격에 국민연금이 동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의 방증이다. 이처럼 준비가 안 된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 직면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거스타인 변호사는 "행동주의 펀드를 상대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진짜로 원하는 요구 조건은 뒤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최대한 그들 목표를 빨리 알아내고 이것이 회사 내부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외부적으로 주주들이 이 같은 목표를 지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비 없이 당한 기습 공격에 대한 심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아웃바운드)에 대한 조언도 곁들였다. 그는 "기업 M&A 거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빠른 의사결정 없이는 다른 인수 경쟁자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 내 상장기업 인수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액주주를 규합해 반대에 나서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증시 부진에도 빨라진 기술 혁신 속도에 대응하기 위한 M&A는 계속 활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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