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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뉴델리의 가장 큰 병원 앞에 ‘텐트촌’이 생긴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델리에 모인 환자들…수용 공간 부족에 ‘노숙’
쉼터 제공하고 있지만 이미 포화
가디언 “지방 병원 전문성 부족…수도로 모일 수 밖에”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AIIMS(All India Institute of Medical Science). 인도 최고의 시설을 갖춘 이 병원 앞은 담요로 겨우 추위를 막으며 자신의 이름이 ‘호명’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로 늘 장사진을 이룬다. 인도 전역에서 매일 이곳으로 몰려드는 환자는 하루에 약 8000여명.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환자로, 맨바닥이나 텐트 안에서 자면서 치료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수백만의 인도 환자들이 심각한 병으로 지방의 병원을 찾지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수도까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AIIMS 역시 뉴델리 밖 7개의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뉴델리 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몰리고, 수용할 수 있는 환자는 한정적이다. AIIMS는 이미 포화상태. 밖에서 기다리는 대기자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곳마저 가득찬 지 오래다. 뉴델리를 찾은 환자들이 병원 앞 ‘노숙’이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 딸을 안고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 알람 안사리 씨는 이틀간 기차를 타고 이 곳 뉴델리까지 왔다. 두 딸이 모두 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자신이 사는 외딴 도시의 병원에서 돌아온 말은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답 뿐이었다.

건설노동자인 안사리 씨는 “딸의 치료를 위해 4만 루피를 빌렸는데 두 달만에 5000루피로 줄었다”면서 “돈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우선 딸들의 치료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델리 정부가 겨울 초입에 대기하는 환자들을 마련한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 안사리 씨와 그의 가족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다.

가디언은 “치료를 위해 AIIMS를 찾는 이들은 방을 빌릴 여유가 없다”면서 “때문에 환자들은 길에서 지내면서 먹고 자거나 심지어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공공화장실 바닥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다”고 보도했다.

챤디 데비 씨는 텐트에 자리가 나기까지 3주를 지하철 역사에서 지냈다. 그는 무릎 관절 교체가 필요한 아버지와 함께 뉴델리에 왔다. 데비 씨는 “하루는 이 의사에게 갔다가 다른 날은 저 의사에게 가는 하루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뉴델리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병원 내에 수용가능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치료를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해가 지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텐트촌에는 절망감이 찾아든다. 안사리 씨는 “최고의 병원이라는 AIIMS는 그래도 이런 상황에 대비가 잘 돼 있는 줄 알았다”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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