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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소확행 앱-희망 저널리즘 저스트땡큐

입력 : 
2019-01-09 15: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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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를 기웃거리다 ‘저스트땡큐’를 발견했다. ‘오늘의 앱’에 소개된 앱이다. 주제는 ‘고마운 일’을 일기처럼 기록하고 공유하고, 끝내 그것을 에너지로 만들어 자신의 삶과 이웃의 인생을 기쁘게 하자는 취지의 앱이다. 이 앱이 눈에 들어온 것은 피곤한 세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욕구를 이 앱이 해결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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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이제 곧 세상이 망할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뉴스가 산업화 된 이후, 그러니까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변치 않고 진행 중인 현상이다. 알랭 드 보통의 미디어 비평을 굳이 소환하지 않더라도, 미디어는 세계 곳곳의 골치 아픈 일을 찾아 미디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뉴스 소비자들은 뉴스가 전하는 사건이 나의 삶과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흥분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일이라며 안심하기도 한다. 수백 명, 수만 명이 죽어나갔다는데도 ‘어쩜 좋아, 너무 안됐다’ 한 마디로 그 일은 뉴스와 함께 망각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희망 저널리즘’은 세상의 끔찍한 사건 사고 대신 아름답고 훈훈한 이야기를 전하는 미디어 태도를 말한다. 희망 저널리즘은 그러나 대형 미디어에서는 외면받는다. 왜냐하면 훈훈한 소식에는 미디어 소비자, 즉, 우리 시청자들이 별 관심이 보이지 않고, 그렇게 되면 시청률이나 구독률이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날 세운 격론, 분쟁, 싸움, 살인, 전쟁, 테러, 자연재해, 화재, 폭력 등등 정신이 화들짝 놀랄 만한 뉴스를 보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이다.

‘희망 저널리즘은 ‘알아서들 찾아 보고 훈훈해 하시라’는 게 그들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디어 소비자들은 스스로 착한 뉴스를 찾거나 독서, 취미 등을 통해 뉴스를 보며 험악해졌던 마음을 되돌려놓거나 명상으로 평정심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고문 저널리즘에 익숙해지다 보면 너도나도 정신이 황폐해져 결국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스트땡큐’는 ‘오늘의 감사’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서로 응원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피드에 올라온 글들을 보며 ‘소확행’ 단어를 떠올렸다. 사연 대부분은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 합격한 아들과 둘만의 여행을 했다, 친정 아버지와 남편이 같이 목욕탕에 갔다, 엄마랑 갈등이 있었는데, 모두 풀고 오늘 사이 좋게 겸상했다, 좋아하는 숲에 들어가 오솔길을 달리며 새해 첫 운동을 했다 등등, ‘그게 행복이야?’ 싶다가도, ‘맞아, 그런 게 행복이지, 그런 일에 감사할 줄 알아야지’ 하는 그런 내용 말이다.

개발자는 감사함을 훈련하는 앱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루에 한 번씩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면 점점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힘든 일에 부딪혀도 견딜 수 있게 마음의 힘도 기를 수 있어요.” 감사한 마음을 일기처럼 기록할 수 있는 이 앱에 익숙해지면 진짜 개발자의 말처럼 ‘에너지’가 생길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감사의 글은 당신 것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사함에 다른 이들의 행복이 더해지면서 적어도 앱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흐뭇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저스트땡큐에는 온도가 표시된다. 감사 횟수 등 기준에 따라 나의 온도가 표시되는 것이다. 많이 참여하면 내 온도가 올라가고, 참여자들의 온도가 모여 지역의 온도가, 세상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가벼운 명상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제공되는 음악과 함께 오늘의 감사함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거나 흘려 보내는 시간이다.

감사가 습관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긍정의 힘이 생기고, 대인관계가 원만해지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내가 참여하는 소소한 감사 뉴스가 세상을 조금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글 이영근(IT라이프스타일러) 사진 애플 앱스토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2호 (19.0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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