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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9년, 새단장 마친 ‘동치미’…“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이승연 기자
입력 : 
2019-01-09 17:17:20
수정 : 
2019-01-09 17: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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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동치미’에 속 시원한 변화가 일어났다. 세트가 바뀌고, MC 박수홍과 최은경의 옆자리에 새로운 멤버가 투입된 것. 바로 개그맨 박준형, 방송인 사유리가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동치미’ 마담들의 속 시원하고 푸근한 입담이 더해지자, 2019년 첫 방송된 ‘동치미’에는 다이나믹한 스토리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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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에스더 | “난 당신 때문에 너무 불행해요. 이것이 나의 운명인 걸 어떻게 하겠어요?”

“나는 우리 집 공주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있는 집안에 여자는 나 하나라서 남편이 나를 공주처럼 잘 대접해주었다. 그런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듯이 남편이 변함없이 계속 잘 해주니까 나도 모르게 남편을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한테 심부름도 자주 시키고 잔소리도 하면서 지내다, 어느덧 내 인생 최악의 시간인 갱년기가 찾아왔다. 내 직업이 의사이지만 내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갱년기였다. 내 갱년기로 인해 제일 피해를 많이 본 건 남편 홍혜걸 씨였다. 남편이 배 나온 것도 꼴 보기 싫고,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도 싫었다. 그 무렵, 남편도 나의 화받이를 하다가 지쳐서 우울해하기 시작했다. 남편 회사 사람들은 남편의 표정만 봐도 우리가 부부싸움한 걸 다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한다. 직원들 말로는 남편이 부부싸움을 하고 출근한 날에는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 침대에 누운 뒤 사무실 유리창에 ‘제가 지금 많이 힘들어서 쉬고 있으니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써놓았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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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남편이 ‘난 당신 때문에 너무 불행해. 이것이 나의 운명인 걸 어떻게 하겠어요?’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갱년기 핑계를 대고 남편을 화풀이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 부부 관계가 점점 악화되고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그래서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노래를 불러주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그러자 남편이 나를 안고 아이처럼 펑펑 울더라. 큰 위기를 겪고 나니 부부 사이도 애틋해지고 자연스럽게 갱년기도 극복하게 됐다. 이제는 ‘만만한 혜걸 씨’가 아니라 ‘사랑하는 혜걸 씨’로 부르며 존경하는 마음만 가지려 한다.”

▶박순천 | “아빠도 안 시키는 담배 심부름을 왜 시키세요?”

“내가 공채 탤런트가 되어 1년 동안 조연과 엑스트라를 가리지 않고 할 때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커피 심부름은 기본이었고, 한 번은 대기실에 있는 나를 PD님이 부르더니 ‘순천아, 지금 회의 들어가야 하는데, 얼른 가서 담배 좀 사와, 알겠지?’라고 말하고 회의실로 휙 들어가버린 적도 있다. 순간 ‘내가 왜 담배 심부름을 해야 하지? 내가 만만한가?’라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 담배를 사서 갖다 드리면서 ‘PD님, 이번에는 제가 담배를 사왔지만 다음부터는 담배 심부름을 안 시키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아빠도 저한테 담배 심부름은 안 시켜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PD님이 ‘아이고, 미안하다. 내가 급하게 담배가 필요해서 그랬어. 진짜 미안해’라고 사과를 하셨다. 그 뒤에도 무시를 당하면 싸움닭처럼 싸우며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생각이 바뀌더라. 내가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싸우다 보면 나를 만만하게 본 사람과 똑같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나를 만만하게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 ‘싸움닭 박순천’이 아니라 ‘순한양 박순천’으로 거듭나도록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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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남매 같은 장독대 남매”박준형, 사유리 ‘동치미’새코너, 장독대 토크 새롭게 단장한 ‘동치미’에 ‘장독대 토크’ 코너가 신설됐다. 주어진 물건을 보고 그 물건이 좋은지 싫은지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첫 회 주제는 ‘밥상’. 과연 ‘동치미’ 가족들은 밥상에 얽힌 어떠한 사연을 풀어냈을까?

▷여에스더 “밥상을 본 첫 느낌은 ‘싫다’이다. 권위적인 아버지께서는 모든 게 원리원칙대로 돌아가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셨다. 그래서 정각 6시에 모든 식구들이 정자세로 앉아서 저녁을 먹길 원하셨고, 우리는 긴장한 상태로 밥을 먹어야 했다. 19년 동안 저녁을 그렇게 먹으니까 소식을 하게 되고 밥에 대한 욕심이 사라졌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가족들에게 밥을 잘 안 해주게 됐다.”

▷박순천 “밥상이 ‘싫다’. 워킹맘인 나는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잘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 촬영에 나가더라도 자녀들의 아침밥, 도시락, 남편의 밥상은 다 챙겨놓고 나갔다. 그렇게 내가 묵묵히 사계절 내내 밥상을 차리니까 아들이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더라. 투정을 부리고 실컷 짜증을 내다가도 배고플 때만 ‘엄마, 밥 차려줘’라고 말하는 아들이 얄밉다.”

▷금보라 “나는 밥상이 ‘좋다’. 옛날에는 어르신들이랑 같이 밥을 먹으니까 밥맛을 잘 몰랐는데, 요즘은 먹는 걸 좀 즐기게 됐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밥해 먹는 재미도 찾고, 행복하다.”

[글 이승연 기자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2호 (19.0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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